"한국과의 협력에 큰 관심 갖고 있다"
"첨단산업센터 건설에 대덕단지 경험 활용될 수도"
"북한 경유 한국-러시아 전력공급 방안 가능성도 검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은 현대적이며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나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세 번째 교역국에 해당한다"며 "러시아는 한국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항공.우주, 원자력, IT, 의약, 에너지 효율성 등 5대 핵심 산업을 선정,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 일환인 (모스크바 인근) 스콜코보 혁신센터 조성 사업에서 한국 대덕연구단지의 경험이 유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남.북한과 러시아가 함께 참여하는 3각 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러시아 기업들이 참여하는 가능성에 대한 제안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관련 러시아 자체보고서는 내부용이며 따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음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서울 G20 정상회의의 기본 과제는 국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회원국들이 협력과 공동행동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온 작업의 성과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국이 주장하는 이해관계의 균형을 반영할 수 있는 정책 노선을 올바르게 구축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3-5년간에 걸친 G20의 행동계획이 채택될 것이다.

이는 미래의 국제경제위기 재발을 방지하는 증표가 될 것이다.

국제금융시스템 개편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은행에서는 개발도상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 쿼터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도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개혁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G8(주요 8개국)에 속하지 않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G20에 속하지 않는 국가들을 위한 정보제공 및 G20과 국제기구간의 협력 체제 확립, 비즈니스 그룹과의 파트너 관계 구축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한국이 새로이 제기한 국제 개발을 위한 공조 문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울 정상회의가 안정적인 세계경제발전을 보장하는 기구로서 G20의 생명력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하나.

러시아가 앞으로 북한의 핵 포기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핵 야망이 동북아 및 러시아 동쪽 국경 지역에서 정치.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은 당연히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특히 북한의 핵 실험장이 러시아 영토로부터 불과 100여 km밖에 떨어지지 않다는 사실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의 틀 내에서 정치.외교적 방법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우리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북핵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이러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한국과 미국도 각자의 제안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도 6자회담 참여국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서해에서 발생한 한국 천안함 침몰 사건은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야기된 부정적인 결과를 극복하기 위해 당사국들과 국제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이 작성한 자체 보고서를 공개할 의향은 없나.

▲한반도 주변에 대결과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지난 7월 9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이 균형잡히고 객관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안함 사건 자체 조사 보고서는 공식적으로 그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았으며, 발표될 수도 없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정 과정에서 러시아의 내부 분석을 위한 용도로 작성된 문서이기 때문이다.

9월 러시아 야로슬라블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유엔에서 이루어진 천안함 관련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가 협력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수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은 당연히 우리 모두가 함께 마음 아파하는, 쉽게 잊혀질 수 없는 비극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면적 정치.군사적 위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러 외교관계 수립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의 양국 관계를 평가하고 앞으로 양국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해 달라.
▲지난 20년간 양국은 여러 분야의 협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외교관계 수립 이후 양국 지도자가 20회 이상 만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됐다.

지난 9월 야로슬라블에서 개최된 세계정책포럼과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과 양국 경제의 현대화 및 혁신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경제분야 협력도 정치분야에 뒤지지 않고 있다.

양국 간에 일련의 대규모 공동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2010년 상반기 한국의 대러 투자는 약 6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지난 8개월간 양국의 교역량은 전년도 동기 대비 82% 이상 증가해 1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말까지 교역액이 1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인의 한국 방문 기간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강화시킬 문서들이 서명될 것이다.

--한국은 여러 분야에 걸친 러시아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어떤 분야와 방향의 양자 협력이 가장 전망이 있다고 보는가.

더불어 경제 파트너로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가장 전망 있는 협력분야는 양국의 현대화 및 혁신 잠재력 증대라는 목표와 연계돼야 한다고 본다.

한국은 현대적이며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로 아태지역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러시아의 세 번째 무역상대국이다.

이는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러시아의 확실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무엇보다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유치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경쟁할 만한 규모의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에너지 협력은 양국 협력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지금도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과 한국 가스공사간의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자동차생산, 가스가공, IT, 건설, 자원 개발, 전력, 삼림가공, 농수산업 분야의 현대적 기업 설립에 관심이 많다.

한국발 화물의 유럽 운송을 위한 TKR과 TSR 연결, 러시아 극동 지역 항구 현대화를 위한 협력도 전망이 밝은 분야다.

이밖에 러시아는 우주.항공, 원자력, IT, 의약, 에너지 효율성 등 5대 핵심 산업을 선정, 집중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추진에서 특히 한국 대덕연구단지의 경험이 유용할 것으로 본다.

대덕연구단지의 경험은 모스크바 인근에 조성하려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첨단산업단지)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들어설 신대학도시 건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국가장기발전전략 차원에서 동시베리아와 극동 지역 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지역 개발에서 한국이 참여하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부와 기업의 참여가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러시아가 추진 중인 '2025년까지 동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 프로그램' 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올해 7월 러시아의 개정 이민법이 발효돼, 고급의 외국인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고용 쿼터를 폐지했다.

국유자산의 민영화 프로그램에도 투자자 유치를 위한 조치들이 추진되고 있다.

관료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국 투자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 부여 법안도 의회에서 심의되고 있다.

서울 방문 기간에 '한.러 한시적 고용에 관한 근로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양국 국민의 상대국 체류 수속 절차가 크게 간소화될 것이다.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시설물 건설에도 한국의 투자를 환영한다.

--한국 정부는 동시베리아와 극동 개발에서 한국과 북한, 러시아간의 3각 협력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풍부한 자원 개발에 한국이 기술과 자본, 북한이 노동력을 보태 참여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3각 협력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러시아에서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경제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3각 협력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해 왔다.

특히 3각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남북한을 연결하는 가스관 및 송전선 건설, TKR과 TSR 연결 사업 등을 검토 및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전망 있는 3각 협력 사업으로는 극동지역의 천연자원 이용과 인프라 현대화, 바이칼 호수와 캄차카 지역의 환경보호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남.북한간의 개성 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러시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한 제안도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이러한 3각 협력 사업들은 러시아와 남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 북한의 경제난 해결 및 동북아 지역 경제 협력으로의 참여 유도 등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은 없나.

▲한.러 양국간 에너지 협력이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석유.가스 분야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석탄, 전기에너지, 에너지 기계제작 등의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특히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와 한국간 전력을 상호 공급하는 방안의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 측이 러시아 송.배전망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는 문제도 협의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 증대와 에너지 절약 및 재생 에너지 분야 첨단 기술의 개발과 실용화 부문에서 한국의 경험을 연구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