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부동산 과열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지만 투자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해외 부유층 고객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호주인들도 재테크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부유층 고가 주택에 관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호주 부동산 시장이 곧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색하게 계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부동산 붐에는 러시아와 중국 부유층 등의 구매 열기가 한몫한다.

호주 부동산 에이전시인 레이화이트는 다음 주 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11개 고급 주택 경매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매에 초청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시아인이다. 이들 매물 가운데는 1000만호주달러(약 110억원)에 달하는 고가 주택도 있다. 호주 부동산회사들은 러시아와 중국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옥상 수영장과 멋진 항구 전경 등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보여주는 온라인 광고도 하고 있다.

최근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외국 자본이 호주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이다. 호주달러는 지난 2일 호주중앙은행(RBA)이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4.75%로 0.25%포인트 인상한 여파로 급등,한때 미 달러화와 1 대 1로 거래됐다. 호주달러 가치가 미 달러를 넘어선 것은 1983년 자유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지난달 중순에 이어 두 번째다.

외국 투자자로선 호주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율차익까지 생겨 부동산 투자 수익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해외 투자자뿐 아니라 호주 내국인들의 수요도 견조하다. 석탄과 철광석 등 자원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택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지난주 열린 '시드니 주택구입자 및 부동산투자자를 위한 행사'에는 1만여명이 몰렸다.

◆소득 대비 집값 비율 가장 높아

호주 부동산 시장이 이미 과열 상태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호주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이 지금 수준에서 더 오르긴 어렵다"며 "사람들이 이미 금융비용을 부담하기 힘든 수준에서 주택을 매입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호주 부동산 시장이 15%가량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열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호주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년간 4배나 뛰었다. 미 부동산 조사업체인 웬델콕스컨설팅에 따르면 호주는 전 세계에서 총가계소득(중간값 기준) 대비 집값 비율이 가장 높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