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5명 살해한 극우주의자에 종신형 선고

경찰도 인종주의 범죄 적극 수사 나서

러시아가 신나치 극우주의자들의 인종범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경찰도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시 법원은 앞서 28일 인종차별적 동기로 15명의 외국인을 살해한 전 모스크바 대학생 바실리 크리베츠(22)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크리베츠는 극우주의 단체 '국가사회주의그룹(NSS)' 회원으로 활동하며 인종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또 같은 단체 소속으로 5명의 외국인을 살해한 드미트리 우핌체프(23)에 대해서도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의 중형 선고는 지금까지의 선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단호한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종주의 범죄자들은 미성년자로 처벌을 면제받거나 최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이 관례였다.

이날 재판은 철저한 보안 속에 이루어졌다.

재판정에는 6명의 중무장한 경찰이 배치됐으며 법원 주위에도 무장 경찰이 배치됐다.

나치주의자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테러를 가하겠다는 경고를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렸기 때문이다.

한편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검찰이 아시아.아프리카인들을 비롯한 외국인을 상대로 12건의 공격을 감행해 그중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극단주의 단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종신형을 선고받은 크리베츠는 모스크바에서 '백색 늑대'라는 극단주의 단체를 이끌며 2007~2008년 사이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옛 소련권 출신과 터키인 등 15명을 살해했다.

그와 다른 조직원들은 주로 모스크바 지하철역 근처에서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망치와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칼로 몸 여러군데를 찔러 숨지게 했다.

이 단체의 또 다른 리더인 알렉세이 쟈바히슈빌리 등 회원 9명도 앞서 2월 6~2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비(非)슬라브계 외국인 6명을 살해하는 등 적어도 11건의 살인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살해 장면을 촬영해 극우주의 단체들의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등 극도의 잔인함을 과시했다.

이들을 단죄한 모스크바시 법원의 에두아르드 추바쇼프 판사는 그러나 선고 두달 뒤 '백색 늑대' 조직원으로 보이는 괴한에 의해 자신의 아파트에서 총을 맞고 숨졌다.

러시아 내무부 산하 극단주의대응국이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전역에는 150여개의 극우주의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내부무 인종범죄 연구소 소장 세르게이 기리코는 "해마다 극우주의자들의 인종 범죄가 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만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가 증가한 370건의 인종범죄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356건이었던 인종범죄가 2008년에는 460건, 2009년에는 548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도 피해 대상이 되고 있다.

올 3월 모스크바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유학생 1명이 인종주의자들이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2월에도 중부 알타이주 바르나울시에서 공부하던 한국 대학생이 극단주의 청년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

러시아 인권단체 '소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최소 167명이 신나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아 이 중 19명이 숨졌다.

소바 부소장 갈리나 코제프니코바는 그러나 "최근들어 경찰이 인종범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사법당국과 정치권의 극단주의 척결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