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 달러화는 고평가,중국 위안화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고평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사실상 통화가치가 올라도 용인하라는 얘기다.

◆"亞 신흥국 시장개입에 환율 왜곡"

IMF는 28일 웹사이트에 공개한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회의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 엔화와 유로화,영국 파운드화의 실질통화가치는 전반적으로 중기적인 경제근간(펀더멘털)에 부합하는 반면 미 달러화는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또 "현재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신흥국가,특히 아시아국가들은 밀려드는 자본 유입에 대한 대응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외환보유액을 쌓고 통화가치 절상을 제한했다"며 "이 때문에 환율이 지속적으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돼 왔다"고 주장했다. IMF는 특히 "중국 위안화는 매우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신흥국가라도 남아프리카와 남미의 일부 국가들은 그동안 통화가치 절상을 놔둬 점차 고평가된 수준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지난해 달러 대비 12% 이상 올랐고 남미 콜롬비아의 페소는 10%가량 절상됐다.

IMF는 신흥국들이 △자본유입이 지속적인지 △환율이 적정 수준인지 △외환보유액 규모가 적당한지 △경기 과열의 움직임이 있는지 등의 여부를 감안해 적당한 외환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해외자본 유입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시장개입이나 자본통제 수단을 고려할 만하지만 경제근간이나 투자자 선호도의 구조적 변화 등을 반영하는 지속적인 것이라면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IMF는 브라질과 인도처럼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이고 그동안 통화가치 절상을 놔둔(통화가치가 많이 오른) 나라들은 재정긴축이 자본유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시장개입이나 자본통제 수단을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이고 통화가치가 고평가되지 않은 나라들은 그냥 자유변동 환율제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라고 조언했다. IMF는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가치 상승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일본의 시장개입도 비판

IMF는 "선진국은 대체로 외환시장 개입을 피하고 있는데 일부가 자국통화의 빠른 평가절상을 제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고 이는 환율문제를 둘러싼 긴장 고조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의 시장개입을 지칭한 것이다. 이와 관련,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29일 "IMF가 보고서에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30일까지 열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국 · 중국 · 일본)'회의에서도 환율문제가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태국과 필리핀 등 최근 달러캐리 자금이 몰려 자국 통화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희망하고 있다. 그래야 자국의 통화가치가 어느 정도 올라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