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연금개혁법안에 노동계가 강력 반발,프랑스 전역에서 파업과 반대 시위가 보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상원이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번 주 중 상 · 하원 합동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최종 표결을 통과하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개혁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과 파업이 계속되고 있어 연금개혁을 둘러싼 프랑스의 혼란 상황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찬성 177 · 반대 153

현지 언론은 23일 "프랑스 상원이 은퇴자들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높이고,연금을 100% 수급하는 나이도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개혁법안을 논란 끝에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상원은 140시간에 걸친 긴 논의 끝에 이날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77표,반대 153표로 가결했다. 연금개혁안의 최종 표결은 이르면 27일께 치러진다. 이에 노동계는 28일과 11월6일로 예정된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강행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연금재정 적자를 줄이려면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급 시작 연령을 2년 늦출 경우 3년간 1000억유로를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와 학생들은 "연금개혁안은 이른 나이에 사회로 진출하는 육체 근로자가 더 오랜 기간 납부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는 데다 정년이 늦춰지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총파업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노동계 등은 상원의 법안 통과에도 불구,지난 주말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12개 정유공장에서 파업이 계속됐고 국영철도(SNCF)도 노동자 상당수가 업무에 참여하지 않아 국내선 열차가 파행 운영됐다. 파리지역의 주유소 30%도 여전히 문을 열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년 만에 최악의 파업으로 마르세유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거의 마비 상태"라고 전했다.

◆15년 만에 최대 파업,매일 3억유로 손실

프랑스 정부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로 하루 3억유로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프랑스화학산업연맹도 하루 1억유로,SNCF는 하루 2000만유로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했다. 에어프랑스는 파업에 따른 총 손실 규모가 3000만유로(470억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증권사 글로벌에쿼티스 자료를 인용,"이번 파업 시위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노동계 파업의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말 노동계 파업은 거의 국영철도와 정유공장에 국한돼 이뤄진 데다 학생들의 시위 참여도 줄어드는 등 이전에 비해 강도가 약해졌다. 또 프랑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연금개혁법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 르 피가로의 여론조사 결과,프랑스 국민의 56%는 의회에서 연금개혁법안이 통과되면 노조들은 그 결과를 존중해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고교생들의 시위에 대해서도 55%가 반대했다.

프랑스는 현재 40년6개월간 사회보장비용과 관련된 각종 세금을 충실히 납부했을 경우 65세부턴 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또 공공부문을 비롯해 SNCF,파리교통공사(RATP),프랑스전력공사(EDF),프랑스가스공사(GDF) 등 한때 프랑스 정부가 소유했던 기업들은 공식 은퇴 연령인 60세 이전이라도 은퇴해 연금의 일부를 수령할 수 있는 '특별은퇴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왔다. 특별은퇴프로그램은 국방 · 경찰 · 해운항만 · 법무부 등의 산하 기관들을 비롯해 파리오페라단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