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 기업에 대한 이례적 조치여서 주목

헝가리 정부가 독성 슬러지 유출 사고를 낸 알루미늄 회사에 관리인을 파견해 경영을 통제하는 직접 개입에 나섰다.

정부가 환경재앙 수습 대책으로 문제의 사(私)기업을 곧바로 정부 관리 체제에 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11일(현지시각) 사고를 낸 알루미늄공장을 소유한 `헝가리알루미늄(MAL Zrt)'에 재난관리인을 임명, 파견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법안을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곧바로 통과시켰다.

MAL에 파견될 재난관리인의 임무는 자금관리를 포함해 회사 경영 전반을 통제하는 것. 부도가 난 기업에 파견되는 법정관리인과 비슷한 인사다.

재난관리인을 파견한 것은 장차 이 회사가 책임져야 할 피해배상 규모가 확정되면 이에 따른 배상이 확실히 이행되도록 미리 회사자금을 통제하려는 의도다.

재난관리인 파견과 더불어 자산 동결 조치도 취해졌으며 MAL의 최고경영자(CEO)는 체포됐다.

대개 환경재앙을 부른 기업의 피해배상이 사법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것과 달리 달리 정부가 피해배상을 위해 직접 개입한 것이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이런 특단의 대책은 `공익'을 위한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먼저 "헝가리 사상 최대의 이번 생태계 재앙은 자연재앙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를 인재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사람이 만든 공장에서, 사람이 활동하는 동안, 사람이 만든 위험한 물질에 의해 일어났다"면서 "이런 것들이 부주의하게 다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익에 따르면 이번 재앙에 따른 피해는 납세자들이 아니라 사고를 낸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보상의 금전적 부담을 가능한 한 많이 납세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건 사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등을 언급하고 이런 재앙들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무기력감과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민간 기업이 위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직 국가만이 위험을 막을 수단을 가졌으며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앞서 일레스 졸탄 환경차관은 이번 슬러지 유출, 범람 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가 200억포린트(한화 1천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MAL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매출이 500억포린트(한화 3천억원)를 넘고, 유럽 내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하는 헝가리 주요 대기업 중 하나다.

헝가리 정부가 매우 이례적인 조처를 했지만 12일 헝가리 주요 언론매체에서 이와 관련한 논란을 담은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4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어이커시(市)에 있는 `헝가리알루미늄'의 공장에 있는 저수조가 무너져 60만~70만㎥에 달하는 독성 슬러지가 유출, 범람 돼 주변 40㎢ 면적에 피해를 줬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