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던 중 · 일 두 나라 정상이 4일(유럽 현지시간) 만나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 · 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밤 왕궁 만찬회가 끝난 직후 이례적으로 왕궁 복도에서 만나 25분간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간 총리가 만찬회장을 함께 걸어 나오던 원 총리에게 "잠깐 앉아서 이야기할까요"라고 제의해 이뤄졌다.

이 회동은 지난달 7일 댜오위다오 부근에서 일본 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두 정상은 회동에서 "현재와 같은 긴장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민간 교류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적절한 시기에 양국 간 고위층 회담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댜오위다오 영유권에 대해선 양측이 모두 자국 영토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양보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냉각된 양국 관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강경 일변도였던 중국이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양국 총리 회동에서 원 총리가 중 · 일 간 전략적 호혜 관계가 양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한 것에서 중국 정부의 속내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다툼이 있더라도 일단 큰 틀에서 양국 관계와 양국민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라는 얘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한 이후 일본은 중국에 지속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요구해왔다"며 "일본과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국에도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이 총리 회동에 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 · 일 관계 해빙은 일단 중국 정부가 사실상 '조절'해온 중국인의 일본 관광 허용 등 경제적 조치로 시작해 중국 군사지역에서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 석방 교섭 등 정치적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토 분쟁 이후 양국민의 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데다 두 나라가 이미 경쟁적으로 취한 '강경 조치'로 인해 갈등은 언제든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일본이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미 제7함대의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실시키로 한 점도 변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