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텔레그래프 보도 부인

터키의 친(親) 이슬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15일(현지시각) 이란으로부터 거액의 정치헌금을 약속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오메르 젤리크 정의개발당 부의장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결코 그런 일은 없었으며 보도에 난 주장은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만일 보도가 정정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 14일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정의개발당에 최대 2천500만달러의 정치헌금을 건네기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란이 1차로 1천200만달러를 건네고, 연내 최대 2천500만달러를 전달키로 했다면서 이 돈은 이슬람 정당인 정의개발당이 내년 7월 예정된 총선의 승리를 이끄는 데 필요한 선거자금이라고 전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란과 터키 여당의 이번 거래는 정의개발당이 친(親) 이슬람 행보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터키 내 세속주의 세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터키에서는 최근 정의개발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야당 및 세속주의 세력 간 극한 대립을 겪었다.

지난 12일 치러진 개헌안 국민투표 결과는 정의개발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친(親) 이슬람 정당의 3연속 집권 가능성을 높였다.

에르도안 총리는 국민투표 승리 뒤 내년 총선을 이끌겠다고 재연임 도전 의사를 천명했다.

사법부 변화를 골자로 하는 이번 개헌안에 대해 정의개발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당기기 위한 사법부 개혁안이라고 호소한 반면 야당과 세속주의 세력은 정부의 사법부 지배 의도라며 친(親) 이슬람 행보 가속을 우려했다.

터키 정부는 이란 핵개발 의혹 문제와 관련, 미국이 주도한 대(對) 이란 4차 제재안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 이란과 밀월관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