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책임 다했고, 페이지 넘길 때"..국내경제 집중
`승리' 언급은 안해.."美 영향력, 군사력만 의존 안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전 전투 임무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TV로 중계된 18분간의 백악관 오벌오피스 연설에서 "미국과 이라크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책임을 다했으며, 오늘 미군의 전투 임무는 끝났다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의 자유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은 종료됐고, 이제 이라크 국민이 자기 나라의 안보에 대한 책임을 주도해야 한다"며 미군 임무의 이라크 이양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의 미래를 이라크 국민의 손에 넘겨주기까지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으며, 이제는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이며 국내에서 우리나라를 재건해야 한다"며 향후 국내 역량의 경제 회복 집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로써 사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대량살상무기의 잠재적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지난 2003년 3월20일 개시했던 이라크전은 7년5개월여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이라크전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50년만의 자유선거 실시 등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싹 틔우기도 했지만, 이라크내 종파 분쟁을 격화시켜 내전을 유발해 엄청난 인명 손실을 낳았다.

또한 `침략전쟁'이라는 국제 여론이 일어 미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전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종전을 선언하면서도 "승리했다"거나 "패배했다"는 승패를 규정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미군은 전투병력 철수 후 앞으로 이라크에 지원병력 5만명을 유지하며 작전명을 '이라크의 자유'에서 '이라크의 새 여명'으로 바꾸고 내년말 완전 철군 때까지 이라크 군.경에 대한 교육과 훈련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전 종료는 이라크뿐 아니라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자원을 아프간전쟁 진전과 경제회복 등 국내 사안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우리의 가장 급박한 임무는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며, 일자리를 갖지 못한 수백만명의 미국민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가 대통령으로서 핵심적인 책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정치지도자들에게 조속한 정부 수립을 촉구하면서 "미국은 앞으로 계속 이라크의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이며, 우리의 전투임무는 종료되지만 이라크 미래를 위한 미국의 헌신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을 통해 전투역량을 아프가니스탄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내년 8월 아프간 책임 이양을 개시할 것이고 아프간 미군 감축 속도는 현지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아프간전 철군 일정도 덧붙였다.

이라크전 교훈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군사력만에 있는 것이 아니며, 국익과 동맹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교력, 경제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의 힘들을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전 종전 선언 연설에 앞서 이날 오후 이라크전을 개시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백악관은 통화 사실만 발표하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