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무역업체 SKS로지스틱스가 2760마일(약 4441㎞) 떨어진 싱가포르에서 인도 자와할랄네루 항구까지 배로 물건을 실어오는 데는 4~5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서 수도 뉴델리까지 870마일(약 1400㎞)을 가려면 기차로 2주가 넘게 걸린다. 인도 철도 선로는 너무 낡고 약해 열차가 한번에 5000t 이상 화물을 싣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의 열차가 1회 2만t의 수송 능력을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인도의 낙후된 국영 철도시스템에 대해 소개한 내용이다. 건설된 지 150년이 넘은 인도 철도는 총 길이가 약 6만4000㎞에 이른다. 연간 여객인원 70억명,수송화물 8억2000만t에 달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개보수가 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철도 인프라의 체질 개선보다 승객 보조금 지원에만 돈을 쏟는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인도 정부는 열악한 사회 기반시설의 개선을 위해 110억달러(약 13조15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기로 지난 14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20억달러의 인프라 확충 투자금 유치를 논의해 왔다.

인도가 인프라 건설의 문호를 활짝 열어젖히면서 세계 여러 나라가 연간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거대 시장 잡기에 나섰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각국의 수주전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원전 17기를 보유 중인 인도는 2020년까지 20기 이상을 더 짓겠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20년 뒤면 인도 원전 시장은 연간 1000억~1500억달러(약 119조~179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하원은 지난 25일 원전 문호개방 촉진을 위해 만들어진 '원자력발전 책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외국 원전기업의 사고 보상책임 한도를 3억2000만달러로 설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인도에선 원전 사고 보상 규모의 상한선이 없어 원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들에 큰 부담을 안겼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인도 원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가 핵무기 보유국인 동시에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맹국임에도 불구,원전기술 제휴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평화적 사용을 전제로 인도와 민간 원자력 기술공여 협정을 체결했으며 프랑스와 러시아,영국도 인도에 민간 핵기술 및 전문인력 수출을 허용했다. 지난 1월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은 한국은 올 하반기 안에 인도와 원자력협정 체결을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원전 부문에서 최고의 기술을 인정받는 일본도 인도 원전시장 진출을 희망하지만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일본이 인도와 원자력개발 협정을 조속히 맺어야 한다"며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인도 원전 시장을 잡기 위해선 일본 원전설비 회사들의 높은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아레바는 각각 히타치,미쓰비시중공업과 연합해 인도에서 원전 2기씩을 수주했다. 인도 정부가 2020년까지 12조원을 투입하는 전력시설 현대화 사업에도 다국적 기업들의 수주전이 치열하다. 한전KDN이 관련 정보기술(IT) 시스템 부문에서 조만간 대규모 수주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