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옥수수 등 곡물과 설탕 커피 등 식료품 값이 뛰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소 값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육류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증가한 반면 가뭄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미국 농가들이 사육 두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 선물 가격은 지난달 초 이후 11% 급등하며 최근 파운드당 0.994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식량파동 때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인 1.04달러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 여파로 쇠고기 값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마트에서 팔리는 상등(초이스)급 쇠고기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4% 상승했다. 지난주에만 도매가격이 3.2%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소매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요는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출은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처음으로 20억파운드를 넘어섰다. 그러나 미국 농가의 소 사육 두수는 최근 몇 년 새 대폭 감소했다.

미 농무부 통계 기준으로 지난달 기준 소와 송아지 사육 두수는 1억80만마리.1973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 농가는 2006년 가뭄이 들면서 소 사육 두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2008년 초 사료용 곡물 값이 폭등하자 또다시 규모를 줄였다. 그 다음엔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 올 들어 수출이 늘고 소 값이 뛰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가에선 '투자'를 꺼리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소의 임신 기간과 송아지가 성장하는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소 사육 두수가 어느 정도 대폭 늘어날 때까지는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소 값 상승이 계속될 경우 쇠고기를 재료로 하는 각종 가공식품 값도 오름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는 하인즈 캠벨수프 등 미 식품가공업체의 재료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식품가공업체는 통상 고객들의 '브랜드 로열티'를 잃지 않기 위해 원재료 값이 올라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길 꺼려왔다. 그러나 식료품제조업체연합(GMA)은 "쇠고기 값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결국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