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수도 이스탄불이 과도한 난개발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거리에 노출된 건물 전면부만 과거 양식대로 남긴 채 현대식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형태로 도시가 재개발되면서 "도시 전체가 껍데기만 남았다"거나 "오스만 디즈니랜드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일간 스탄다르트와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27일 "2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 이스탄불에 지하철 공사를 비롯한 대규모 도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유네스코가 이스탄불의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미 적색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스탄불이 올해 안에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유네스코는 다음 달 3일까지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스탄불의 세계문화유산 지위 박탈 문제를 의제로 삼고 집중 논의하고 있다.

하기아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톱카피왕궁 등 동로마제국과 오스만튀르크 시절 유적으로 가득한 이스탄불은 1985년 구도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최근 이스탄불 시의회를 장악한 터키정의와개발당(AKP)이 구도심 지역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도시가 빠른 속도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수많은 건물이 입구 부분만 옛 형태를 남긴 채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고 도심 곳곳이 지하철 공사로 파헤쳐졌다.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금각만을 가로지르는 대형 다리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이스탄불의 스카이라인도 조만간 크게 바뀔 처지가 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