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뮤지컬 '타잔'은 2006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비평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았고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유럽으로 건너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네덜란드에선 국민 10명 중 1명이 이 공연을 관람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독일에서도 기립박수를 받았다.

디즈니와 현지 제작사는 미국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가족 뮤지컬 대신 타잔과 제인의 로맨스극으로 홍보했다. 안무도 바꾸고 배우들이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장면도 늘렸다.

'타잔'은 미국에선 4270만달러(512억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지만 해외에선 4배가 넘는 1억8200만달러(218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출이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뮤지컬 공연 수출이 지금처럼 활발한 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에선 13개의 미국과 영국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 필리핀에선 매일 밤 '금발이 너무해'가 무대에 올려진다. 다음 달엔 영국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비(非)영어 레플리카 공연(현지 배우를 쓰지만 노래는 물론 안무,의상,무대세트까지 원작과 똑같은 공연)으론 최초로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9월엔 퓰리처상 수상작인 '넥스트 투 노멀'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흥행수입도 짭짤하다. 디즈니 뮤지컬 '라이언킹'은 미국 밖에서 22억달러(2조6400억원)를 벌었다. 브로드웨이 수입의 3배다. 공연 수출이 돈벌이가 되자 투자자들이 몰리고 라이선스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요즘 브로드웨이 대작은 보통 20만달러(2억4000만원)를 선지급해야 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격이다. 뮤지컬 공연을 수출하는 뮤직시어터인터내셔널의 드루 코언 사장은 "라이선스 수입이 지난 2년간 1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수출은 1980년대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인 캐머런 매킨토시와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캣츠'와 '레미제라블'등의 뮤지컬을 노르웨이와 헝가리 러시아에 수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미국 뮤지컬들이 레플리카 라이선스 공연형태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는 1995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18개국으로 수출됐다. 요즘엔 대형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공연들이 수출된다. 뮤지컬의 기획단계부터 해외수출을 사업계획에 포함하고 제작되는 경우도 많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홈그라운드'라도 글로벌 관객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2008~2009년 시즌에 브로드웨이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5명 중 1명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