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에서 열린 한 · 미 외교 · 국방장관(2+2) 회의는 상징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지닌다. 6 · 25전쟁 60주년에 즈음해 사상 처음으로 양국 외교 · 안보라인 최고위급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대북 시위 효과가 있다. 공동성명과 양국 장관들의 기자회견은 천안함 침몰을 자행한 북한에 대한 고강도의 경고와 압박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 · 미동맹 질적 업그레이드

공동성명은 △한 · 미동맹 60주년 평가와 연합방위태세 △천안함사태에 대한 대북 경고 △북한 비핵화 실현 △한 · 미동맹 미래비전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동맹관계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동맹미래비전'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한국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한 것과 발맞춰 '전략동맹 2015'를 금년도 안보협의회의(SCM) 시까지 완성키로 한 게 한 예다. 동맹 60주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를 넘어 미국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 환경 속에서 한 · 미동맹이 기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의미를 부여했다.

◆6자회담 · 대화 거론 안한 이유는

'2+2회의'의 일차적 목표는 강력한 대북 억지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억지,격퇴할 수 있는 공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북한에 천안함 공격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는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강도 높은 경고를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호전적 행위를 하면 앞으로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한 것은 또다시 천안함 침몰과 같은 도발을 하면 군사력으로 철저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이나 남북 대화라는 표현을 넣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와 천안함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이 전제되지 않는 한 6자회담 재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당분간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 전략에 치중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클린턴 장관은 회견에서 "북한이 가능성 있는 노력을 하고 6자가 모두 합의하면 회담 재개를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북한은 비핵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출구전략은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며 6자회담에 나설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돈줄 죄기로 코너로 몰아

한때 미국이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를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클린턴 장관은 이를 뒤집었다. 그는 "몇 년 전 우리는 국무부와 재무부를 통해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며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돈줄 죄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2005년 불법자금을 세탁했다는 이유로 마카오 BDA에 개설된 북한 계좌 50개와 2500만달러를 동결했다. 이후 북한은 "(금융 제재로) 피가 마르는 듯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이 포함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에 더해 핵확산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과 거래 주체에 대해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고 핵 확산이나 불법 활동을 하는 주체들을 파악해 압력을 가하고 거래를 중단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코너로 몰아붙이겠다는 뜻이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