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는 20세기 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주식투자에선 롤러코스터 같은 성적을 냈다. 1920년대 후반 투자를 시작해 한때 대박을 터뜨렸다가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져들며 큰 손실을 봤다.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백만장자가 됐다. 계량경제학 창시자로 명성이 자자했던 어빙 피셔는 1928년 '이제 주가는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주식을 사들였으나 얼마 안가서 대공황이 터지고 말았다. 그렇게 날린 돈이 1000만달러에 가까웠다.

파생상품을 통해 금융 영역을 넓힌 공로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이런 숄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자금운용을 맡았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다. 초기엔 재미를 봤으나 러시아 국채에 베팅했다가 러시아 정부의 부채상환 유예 선언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고 말았다. 투자이론의 대가도 실전에선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쟁쟁한 경제학자들의 투자 성적이 신통치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여러 가정을 전제로 복잡한 통계적 모델을 적용해 예측을 하지만 가정과 다른 요인이 생기면 엇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얼마전 '헤지펀드의 전설'로 통하는 존 폴슨이 운영하는 폴슨앤드코의 대표 펀드들이 잇따라 시장평균 수익을 밑돌아 체면을 구긴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월가에서 컴퓨터 인공지능에 의존해 주식 매수 매도 결정을 내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모양이다. 감정이나 편견에 휘둘리면서 실수를 반복하느니 아예 컴퓨터에 맡기는 게 속편하고 수익률도 높다는 얘기다. 요즘 시스템은 과거처럼 단순히 자료를 입력한 뒤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매매하도록 설정해 놓는 수준이 아니다. 투자 시스템이 일종의 교훈을 학습한 뒤 스스로 매매패턴을 수정해 실수나 오류의 재발을 최소화하는 학습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매매방식이 언제까지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컴퓨터 투자 프로그램이 정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을 정확하게 읽고 예측해내는 건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J P 모건도 "주식시장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주가가 달라진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대박을 터뜨리겠다고 달려드는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은걸 보면 안타깝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