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5·끝) "농민공들 시민화…소득 높여 소비 늘려야"
"지금까지의 30년이 경제 대국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30년간은 경제 강국을 건설해야 할 때이며,이를 위해선 저비용 우위를 강조한 발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

왕이밍(王一鳴)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53 · 사진)은 지난 24일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개설 15주년 기념 국제포럼에서 '국제금융위기 이후 중국 발전방식 전환'이란 주제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왕 부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체제가 갖고 있는 모순과 문제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수출 지향과 전통공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의 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원장은 중국 난카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수출시장의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내수를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 서비스업 금융업 등 전통 제조업이 아닌 다른 산업 분야의 균형된 발전도 필요하다. 저비용의 비교우위가 약화되는데 과거 패턴을 고집할 수는 없다. "

▼저비용 우위를 시정하는 방법은 뭔가.

"예컨대 노동 보수를 인상하고 직원들이 정상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 기술과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은가.

"기업의 자체적인 혁신 능력 개선이 그래서 중요하다. 2008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업기업 중 단 6.5%만이 연구개발 활동을 했고 연구개발비도 기업 매출의 0.6%에 그쳤다. 핵심 기술을 확보한 뒤 전략제품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체 기술 육성을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

▼내수 진작 방안은 무엇인가.

"중 ·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과 소비 능력을 높여야 한다. 문화 관광 직업연수 등 신흥 소비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대표적 저소득층인 농촌 주민의 소득 수준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의 시민화를 서둘러야 한다. 후커우(주민증)제도를 개선하면서 농촌 노동력을 도시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 건설에 적극 나선다는 게 정부방침이다. "

▼투자와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를 확대한다면 경제성장이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내수를 확대한다는 말은 투자 자체를 줄이거나 수출을 축소한다는 말이 아니다. 저축률이 줄지 않아 소비가 늘지 않는 가운데 투자와 수출을 줄인다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인위적인 수출 감소는 재고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단기간 내에 투자구조를 중점적으로 조정하고 전략적 신흥산업과 인적자원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할 분야는.

"3차산업이 좀 더 발전해야 내수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 첨단산업의 경우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핵심 기술과 브랜드가 부족해 가치사슬의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화학공업은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확장돼 자원 · 환경 보호와 모순되는 위치를 차지했다. 이런 부족함과 모순을 보충하고 치유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