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각국의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가 주요 선진국들에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촉구한 반면,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각국이 내수 진작 등으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재정긴축 움직임을 정면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19일 "하퍼 총리가 G20 회원국 정상들에게 편지를 보내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최소 50% 줄이는 데 합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총리실이 공개한 하퍼 총리의 편지에 따르면 하퍼 총리는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감축 목표가 '최소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한 뒤 "여건이 되는 회원국은 (감축을) 더 빠르게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하퍼 총리는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도 안정시켜 나가자면서 "2016년까지 그 비율을 하향세로 돌리자"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너무 많은 돈이 풀린 만큼 이제는 지출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각국에 지출 축소를 역설했다.

메르켈 총리는 "언제 단기 부양 조치를 종료하고 재정건전성 강화 쪽으로 정책 틀을 움직일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캐나다 총리실의 편지 공개와 독일 총리의 긴축 필요성 강조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각국은 경기회복을 계속 부추겨야 한다"는 서한을 G20 정상들에게 보낸 것과 때를 맞춰 이뤄져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한에서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경기회복세를 공고히 하는 데 무엇보다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과거 경기 부양이 너무 빨리 거둬들여져 정책이 실패했던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이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미국은 부채 급증에 따른 차입비용의 급속한 증가로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국도 재정정책에 구조적인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이 (방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규모 차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1979~1980년에는 불과 4개월 사이에 장기채 수익률이 4%포인트나 오른 적이 있는 만큼 장기 금리가 예상치 않게 급상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채 발행을 통해 막대한 적자를 메우는 미국의 재정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낮은 국채 금리 때문에 미 재정적자의 심각성이 가려져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돈이 많이 풀린 만큼 조만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장기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던 2008년 9월 GDP의 38%에 불과했던 미 연방정부의 부채 비율은 이달 중 59%로 높아졌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동욱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