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기업 BP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켄 살라자르 미 내무장관은 9일 상원 청문회에서 BP가 직접적인 피해보상뿐 아니라 이번 사고로 인해 미 정부가 심해 해저시추 작업을 6개월간 중단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봉급까지 변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저시추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수는 2만6000~4만6000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직접적인 봉급 손실은 월 3억3000만달러 수준으로 짐작된다.

BP의 재무적 부담이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란 전망에 BP주가는 9일 뉴욕증시에서 15.8% 폭락했다. 이날 거래된 BP의 주가(29.2달러)는 14년 만의 최저치로 원유유출 사고 직전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사고 이후 무려 820억달러(약 100조원)가 날아갔다. BP의 주가는 런던증시에서도 배당 축소 우려로 4%가량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폭락하자 시장에선 '파산 가능성'과'피인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BP를 상대로 한 소송은 6000건을 넘어섰다.

미 정부의 BP에 대한 비난과 책임추궁 강도가 세지자 영국 재계에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원유유출 차단 작업에 진척이 없자 "빌어먹을 구멍을 막아 버려"라며 분노를 표출했고,최근엔 헤이워드 CEO를 가리켜 "나라면 그를 해고했을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관련,영국 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강경 발언이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마일즈 템플먼 영국 경영자협회(IoD) 사무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런 정치적 수사는 부적절하다"며 영국 기업들에 대한 편견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BP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비난이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BP의 책임을 부각시켜 '희생양'으로 만들고 자신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 한다는 것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