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15년까지 임금을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최근의 잇단 대규모 연쇄 파업과 맞물려 친노동자 노동정책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노동정책의 전환 가속화로 저임금에 억눌려 온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03년 취임 이후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 대신 조화사회 건설을 통한 '공동부유론'을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계약법 실시 등 친노동자 행보를 보여 왔다.

중국 노동정책의 전환에는 인민의 복지 향상 외에도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노동자들의 사회 불만이 반체제 운동으로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는 측면이 있다. 또 30년간 두 자릿수 고성장을 지탱해온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게 그것이다.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내수 주도형으로 바꾸고,이를 통해 '세계의 시장'이 돼 달라고 요구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금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산업구조 역시 설비와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포석이다.

◆선부론에서 공동부유론

펑카이핑 칭화대 교수는 "폭스콘의 연쇄자살 사건은 근로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값싼 노동력에 기댄 과거의 발전 방식으로는 중국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쇄자살 사태로 열악한 노동 환경이 부각된 대만계 전자제품 수탁생산업체 폭스콘은 일주일 새 세 차례에 걸쳐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900위안이던 월평균 임금을 10월1일부터 2000위안으로 높이기로 했다. 폭스콘 선전공장의 한 근로자는 중국 동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근래 일주일 동안 오른 임금이 지난 10년 새 오른 임금과 맞먹는다"며 그동안의 '임금 착취'에 분개했다. 폭스콘은 최근 외신들을 초청,올림픽 경기장 수준의 수영장을 보여주며 복지시설까지 갖추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한 근로자는 "30분 동안 주어지는 점심시간 중 오가는 시간을 빼면 10분 만에 식사를 해야 한다"며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삼켜왔다"고 말했다.

저임금과 가혹한 근로환경이 폭스콘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수탁생산 업체로 키운 밑거름이었지만 이젠 회사에 위협을 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고성장이 만들어낸 부(富)는 젊은 중국 근로자들의 박탈감을 키웠다. 폭스콘 근로자들은 화려한 쇼핑몰에서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이 BMW를 몰고 루이비통 핸드백을 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중국의 지니계수는 0.47로 한계점인 0.40을 훨씬 뛰어넘었다. 중국 정부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반체제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노동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 진작을 통한 세계 시장 건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임금 인상 유도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노동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금이 인상되면 근로자들이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돼 중국 경제가 대외적인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체질로 전환하게 된다(월스트리트저널 · WSJ)는 것이다. 바이충언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인상이 계속된다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세계 시장'이 돼 달라고 요구하는 미국 등 서방과의 마찰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감소하는 수출과 빠르게 늘어나는 내수시장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내수소비를 향해 튼튼한(durable) 전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위안화 절상과 함께 중국의 가계소득 및 소비지출 증가를 계속 촉구해 왔다.

◆산업 구조조정 가속화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은 기업들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 설비나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올해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 인상을 통한 설비 및 자동화 투자 확대는 저사양(low-end)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전자제품 등 고사양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기업들에 좋은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인건비 부담 증가는 곧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고,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가 임금 상승에 발맞춰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