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국가의 경제 개발 지원 방안이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예 포함된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소득 격차를 좁혀 세계 경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고속 성장의 경험을 갖고 있어 개발 문제가 G20의 주요 의제로 채택될 경우 G20 내에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4일 부산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 부대행사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위기 이후 성장과 개발에 대한 고위급 컨퍼런스'에서 "최근 열린 G20 사전 교섭대표 회의에서 '성장 중심의 개발'을 정상회의 의제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공 위원장은 개발 문제를 G20 의제로 채택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소비 수요가 감소해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세계 경제가 성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20의 외연을 넓히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개발 문제를 G20에서 다룸으로써 대부분이 저소득 국가인 G20 비회원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사공 위원장은 "유엔 회원국이 192개국인 데 비해 G20는 20개국밖에 안 된다"며 "G20가 세계 경제의 프리미어 포럼(최고위 협의체)으로서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비회원국을 위한 주제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는 단순 원조보다는 시장경제 원리를 전파하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방식의 개도국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조 일변도의 개도국 지원이 빈곤과 개발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공 위원장은 "고기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개도국 민간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콩조 이윌라 응고지 세계은행 사무총장은 "아프리카를 예로 들면 원조가 필요한 가난한 대륙이 아닌 10억 인구의 소비시장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라며 "선진국이 개도국의 개발 사업에 투자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이슈가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 G20 내에서 한국의 리더십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불과 5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2만달러의 부국으로 성장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한국의 경제 개발 모델이 저소득 국가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수출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해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트레버 마누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기획위원회 장관도 "한국은 선진국과 후진국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개발 격차 해소 문제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나라"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공 위원장은 "G20는 이달 말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개발 의제 방향을 모색한 뒤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가교역할을 하면서 국제기구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