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投身사태로 1개월여 동안 잠 잘 못 잤다"

대만 최대 재벌인 훙하이그룹(鴻海科技集團) 창업주 궈타이밍(郭台銘) 이사장이 산하 기업인 팍스콘(富士康科技集團)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전(深천<土+川>) 공장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자살 사태를 직접 진두 지휘하기 위해 26일 선전을 방문했다.

팍스콘은 대만이 중국에 투자한 최대 기업으로 궈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처음이어서 사태의 심각성과 적극적 해결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선전 공장에서는 25일 새벽 6시20분 노동자 한명이 또 다시 투신해 이달에만 벌써 5명이 투신 사망했고 올해 1월23일 이래 약 4개월 간 모두 11명이 투신해 9명이 죽고 2명이 부상한 심각한 상황이다.

궈 이사장은 26일 오전 타이베이(臺北) 시내 쑹산(松山)비행장에서 대만 언론사 기자들과 심리의사들과 함께 선전으로 떠나기에 앞서 외부에서 사태를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면 답변을 피했다.

그는 최근 사태에 답답함을 느낀듯 "아(탄식소리) 나는 이...이 1개월여 동안 잠을 잘 못 잤다.

"라고 말해 마음 속의 부담을 노출했으며 TV들은 대만 최고 재벌인 그가 탄식 소리를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소 초췌한 모습의 궈 이사장은 언론의 잇단 자살 보도가 젊은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자살 전염의 효과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며 "우리는 전력을 다 해 자살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5일 밤에는 언론의 추측성 보도를 막기 위해 국내외 언론에 선전 공장을 직접 취재해 실제 상황을 이해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팍스콘은 이에 따라 26일 선전 공장의 생산라인과 노동자들을 대만, 홍콩, 중국, 외국 기자 200여명이 직접 취재하도록 개방했으며 이 공장이 언론에 집중 노출되기는 처음이다.

궈 이사장은 이날 언론의 공장 취재에 몸소 동행했다.

그는 오전 일찍 자가용 비행기로 선전에 도착해 11시(한국시간 12시) 공장에 나타났으며 기자들은 그의 모습을 보자 집중 취재에 나섰다고 대만 TV들이 전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인 TVBS TV는 "궈 이사장이 현장에 나타나자 즉각 언론에 포위됐다.

"라고 보도했다.

이번 취재는 선전으로 와있던 모든 기자들에게 허용됐는데 궈 이사장은 24일에는 팍스콘의 노동자 착취로 자살이 속출한다는 비난을 부인한 바 있다.

한편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양이(楊毅) 대변인은 26일 팍스콘에서 발생하는 잇단 투신 사태에 유감과 아픔을 느낀다고 말하고 현지 정부 및 관련 부서와 긴밀히 협력해 관련 사태를 잘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생명이 가장 고귀하며 중국 대륙의 각급 정부는 연속으로 발생하는 투신 사건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

"라고 밝혔다.

선전 공장은 팍스콘이 중국에서 고용 중인 80만명 중 42만명이 근무해 하나의 거대도시 같아서 중화권에서는 대만 훙하이그룹이 만든 중국 황제의 궁궐이라는 의미에서 훙하이쯔진청(鴻海紫禁城)으로 불리고 있다.

훙하이그룹은 노키아, 소니, 델, 애플사 등의 제품들을 만드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계약생산 기업으로 팍스콘 선전 공장은 근로자 투신이 잇따르자 ▲불교 고승들을 불러 영혼 천도제를 지내고 ▲24시간 핫라인 운영 ▲문제가 있는 동료 신고 시 포상제도 ▲심리치료 전문가 2천명 모집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상민 특파원 s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