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로 취약해진 금융시장에 '규제' 리스크까지 가세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가 시장안정과 향후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규제 도입을 서두르자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독일 금융감독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내년 3월까지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와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독일 10개 대형 금융주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빌린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차입 공매도(커버드 쇼트셀링)와 달리 빌린 주식이나 채권 없이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미리 팔았다가 나중에 싼 값에 이를 매입해 이익을 내는 거래방식으로 금융위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상황에선 공매도 세력이 급증해 시장폭락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독일 금감위는 "유로존 채권의 '비정상적인 변동성'과 CDS스프레드 확대 때문에 공매도를 금지키로 했다"며 "대규모 공매도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당국의 의도와 달리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로화는 추가 하락했고 미국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마이클 오루크 BTIG 수석 투자전략가는 "공매도 금지는 독일이 마치 시장이 모르는 뭔가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지는 유럽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1일 재소집되는 EU재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가 재상정될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의 헤지펀드와 신용평가사 규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EU재무장관들은 18일 EU 밖에 있는 펀드들이 EU 역내에서 영업을 하려면 각 회원국에 등록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안에 합의했다.

미국에서도 상원의 포괄적 금융개혁법안이 이번 주 내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은행에서 CDS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진통이 있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살펴보기 위해 도입 결정을 1년간 미루는 수정조항을 제시했다. 이 밖에 지난주 미 상원이 신평사 규제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EU도 다음 달 신평사 감독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