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야성DNA'가 먹힌다
해외사업 안해본 중흥종합건설…사업권 사들여 1억弗 공사
[뉴 이머징마켓 아프리카] (4) 한국 179위 건설사 '아프리칸 드림'…가나 '대동맥' 뚫는다

가나의 제2도시인 쿠마시의 도심은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다. 차가 많아서가 아니라 도로사정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쿠마시 외곽에는 새로 건설될 순환도로와 기존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고가도로형 인터체인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쿠마시가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시 가장자리를 에두르는 순환도로를 건설하는 현장이다. 주민 나쿠무씨(39)는 "고가도로가 생기면 차가 막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며 "공사가 하루빨리 완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공사를 하고 있는 회사는 한국의 중흥종합건설(현지명은 신성건설-중흥종합건설)이다.

중흥종합건설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79위(2009년 기준)인 중견 회사.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이 회사가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중흥은 가나에서 △쿠마시 인터체인지 △워라워라~담바이 구간 고속도로 70㎞ △테치만~킨탐포 고속도로 53.7㎞ 등 세 곳에서 모두 1억1735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맡고 있다.

◆'야성적 충동'이 필요하다



중흥이 '겁도 없이'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가나의 3개 사업자는 당초 신성건설이었다. 하지만 신성이 2008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중흥이 아프리카 사업권을 사들인 것이다. 금융위기로 국내 건축 · 토목 시장이 침체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던 중흥은 해외건설 경험도 쌓고,신성의 노하우를 축적한 인재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는 공통적인 유전자가 있다.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뛰어드는 '야성적인 충동'이 그것이다. 정권이 바뀌어 계약이 파기되거나,건설 후에도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의 숱한 리스크와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최주섭 중흥종합건설 현장소장은 "매일같이 자재 도난 걱정하랴,매년 20~30%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입씨름하랴,골치 아픈 일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흥 내부에서는 아프리카 사업을 추가 수주하기 위한 구상이 한창이다. 사업 기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경쟁자도 상대적으로 적은 '블루 오션'이기 때문이다. 중흥 관계자는 "지난 10일부터 3주간 가나의 도로건설 담당 정부부처 관계자 16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건설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며 "상호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한 밑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중흥처럼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의 아프리카 건설 수주액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03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지역에서 4894만달러(4건)에 불과했던 수주금액은 2009년 12억859만달러어치(25건)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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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내가 한번 해보겠다"

STX그룹이 가나의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에 손을 댄 것도 강덕수 회장의 '야성적 충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TX는 당초 가나에서 주택사업을 할 계획이 없었다. 강덕수 회장은 작년 10월 전세기를 타고 가나를 방문했다. 자원개발을 위해서였다. 존 아타밀스 가나 대통령을 만나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아타밀스 대통령이 "가나에는 주택난이 심각하다"고 하자 강 회장은 곧바로 "우리가 집을 지어줄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답했다. "STX가 주택사업을 하면 가나 국민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주택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자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였고 작년 12월 주택 20만채 사업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STX는 2014년까지 수도 아크라를 비롯해 쿠마시,타코라디 등 가나의 주요 10개 도시에 공동주택 20만채와 도시기반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가나 정부는 대지를 제공하고 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사용할 9만채(45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약속했다. 김용찬 STX 아프리카본부장은 "이달 중 가나 국회에서 9만채에 대한 정부 예산 사용계획을 비준할 예정"이라며 "대금을 원유 등으로 받는 패키지 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잠비아에서도 2만호 주택사업 추진

중 · 소형 건설업체들의 아프리카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토목 설계 · 감리 회사인 수성엔지니어링의 박미례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여걸' 소리를 듣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 출장을 수행하는 등 세계 각국을 누비며 직접 사업을 따낸다. 박 회장의 다음 행보는 아프리카다.

이달 초 잠비아를 방문해 주택청장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건설업체 신일철구조와 함께 조만간 잠비아에서 2만호 규모 주택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상욱 수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사하라 이남에서 사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사를 따낼 경우 약 4000만~50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은 건설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효성은 최근 모잠비크와 잠비아에서 태양광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SDS는 잠비아 정부에서 긴급통신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IT(정보기술)기업 핸디소프트는 행정전산망 결제시스템을 각각 수주하기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크라 · 쿠마시(가나)=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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