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진해산 후 협상가능"..군부, 강제해산에 미온적
印尼 대통령, 아세안서 태국 사태 논의 제안

태국 정부와 시위대 간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상원의 중재안이 무산되면서 태국의 `시위 정국'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위대와 정부는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면서 반정부 시위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여 왔다.

사팃 옹농태이 총리실 장관은 18일 현지 TV와의 회견을 통해 "시위대가 먼저 자진 해산해야 현재의 상황이 해결될 수 있고 협상도 재개할 수 있다"며 상원 중재 하의 협상 재개안을 거부했다.

태국 상원은 지난 17일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시위대와 정부 측에 상원이 중재하는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의 협상 거부 방침은 시위대가 아무런 조건 없이 상원 중재 하의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사팃 장관은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을 지지해 왔다"며 "그러나 해외에 있는 사람의 개입으로 인해 협상이 두 차례나 실패했다"며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팃 장관이 거론한 `해외에 있는 사람'은 시위대의 실질적 지도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위대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인명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상원의 중재 아래 협상에 임하기로 시위대 지도부가 합의했다"며 "상원은 시위대에 어떤 중재안이라도 제시할 수 있으며 시위대는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위대를 지지하는 기업과 개인 등의 20∼50여 개 계좌에 대해 추가로 동결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시위대 압박 조치를 강화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시위대 지지 기업 등의 106개 계좌를 동결 조치한 바 있다.

자금 동결 조치 강화 방침은 시위대의 실질적 지도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전처인 포자만 나폼베지라 여사의 측근 계좌에서 최근 14억바트(약 497억원)가 한꺼번에 인출되고 시위대 측이 탁신 전 총리 등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고 시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또 정부 산하 기관에 대해 17∼18일에 이어 21일까지 휴무에 들어가도록 했으며 시위대가 폐타이어를 이용해 불을 지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방콕 시내의 모든 폐타이어 판매를 규제키로 했다.

군경이 시위대에 대한 봉쇄작전을 지속하는 가운데 군부는 강제해산 작전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아피싯 총리의 경우 군부대가 시위 정국을 종식시키기 위한 작전을 강화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참모총장은 대규모 유혈사태를 우려해 강제해산 작전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측이 지난 13일 오후부터 시위 장소인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에 대해 봉쇄작전을 펼치면서 군경과 시위대가 잇따라 충돌, 최근 5일 동안에만 38명이 숨지고 270여 명이 부상했다.

한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열어 회원국인 태국의 시위 사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의장국인 베트남 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지난 97년의 금융위기는 태국에서 시작돼 주변 국가로 확산됐다"고 상기시키면서 "(태국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아세안 회원국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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