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찾아간 미국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국제정치학 석좌교수는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에 스마트 외교를 조언한 그다. 나이 교수는 "중국 내 정치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확실치 않다"면서도 중국이 미국을 20년 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후 만난 같은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아예 단정적이었다. 그는 금융위기 뒤에 국가 재정위기가 찾아온다고 예고한 책 《This Time is Different》를 펴내 유명하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에 금융위기가 두 번 닥쳐도 중국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시기는 2050년쯤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은 골치가 아프다. 경제력이 급부상한 중국은 국제역학 구도상 미국의 거실에 들어와 앉은 코끼리(elefant in the living room)다. 성가시지만 이 코끼리는 인정해야 하는 존재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간단하게 구겨넣을 수 없으며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집 밖으로 내보내기에는 이미 늦었다.

중국을 극복하겠다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과연 없는 것인가. 미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들은 대부분 미국이 직면한 숙명임을 되풀이했다. 코끼리가 살림살이를 박살내지 않도록 살살 달래가며 동거해야 할 처지라고.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주 마련한 G2(주요 2개국) 세미나에서 미 국무부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중국을 세계은행의 3대 대주주로 맞아들이고,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이 역할을 강화하도록 지지하는 것은 중국이 책임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의도"라고 말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세미나에 참석한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소말리아 해적소탕과 같은 국제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일은 30년 전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렛대가 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한반도 문제를 대입해도 다르지 않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미국-중국의 관계를 진단하면서 상호협력과 조정으로 풀어나갈 것을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지속적인 안정을 원하고 있는 중국을 너무 강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중국 역시 안방에 들어와 있는 코끼리(북한)를 현상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럴수록 중국이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움직이도록 할 미국의 지렛대는 신통치 않다.

백악관과 인접한 미국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경제자강 전략이 차라리 신선하다. 상의는 '51개주를 기업화하기(Enterprising State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연방정부와 각각의 주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토양을 경쟁적으로 일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중국을 극복하는 힘이라고 분석했다.

상의는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층(15~64세)의 증감을 비교했다. 인구센서스 전망 결과 미국은 2000년 대비 노동 연령층이 2050년에 42%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이민개방 정책에 힘 입어 외국인 노동인력이 쉴새 없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중국은 고령화 탓에 2040년께부터 생산인력이 줄어들기 시작해 2050년 10%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우위와 미국을 일으킨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이 코끼리를 제어할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인 셈이다.

워싱턴=김홍렬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