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폭발음 끊이지 않아 주민 불안 고조
시위 지역 학교 개학 연기..교민들도 매출 감소에 울상


2개월 넘게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태국 시위대(UDD, 일명 레드셔츠)와 보안당국 간의 대치상태가 격화되면서 시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하고 있는 방콕 쇼핑 중심가 라차프라송 거리는 지난 13일 오후부터 15일까지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는데다 시위대들이 폐타이어와 차량 등에 불을 지으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시위대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 헬리콥터들이 시위 지역 일대를 비행하면서 내는 굉음 소리가 주민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태국 정부는 시위 정국 정상화를 명분으로 시위 지역에 대한 봉쇄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시위대는 결사항전을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양측이 충돌하면서 최근 3일동안에만 25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와 군경, 내외신 기자 등 수백여명이 부상했다.

UDD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아피싯 정권은 이미 내전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측이 군부대를 철수하고 모든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국 정부는 시위대 지도부를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봉쇄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도시 빈민층과 북부와 북동부 지역 농촌 주민들을 지지기반으로 한 시위대는 정부측이 군부대를 철수하고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살인자'(Killer)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UDD 지도부 중 강경파로 분류되던 카티야 사와스디폰이 지난 13일 오후 라차프라송 거리 주변에서 외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의문을 저격을 당해 시위대의 감정이 격앙되면서 시위 정국 해결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측도 시위대에 은신해 있는 테러범들이 사회 불안을 조성하려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협상 재개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위대와 정부 간 대치가 격화되면서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의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주민들도 외출을 삼가한 채 시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콕 시민들은 대부분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가족과 함께 주로 집에 머물고 있으며 지인들에게도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보내고 있다.

또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의 현지 학교들이 17일로 예정된 개학 시기를 5월 말이나 6월 초로 연기하면서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관광업 관련 업종에 대부분 종사하고 있는 한국 교민들도 시위 격화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교민은 "시위 장기화로 관광객들이 급감해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유혈사태까지 잇따르면서 방콕 현지 주민들도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손님이 뚝 떨어진 상태"라며 울상을 지었다.

태국 내 빈민층과 지배 엘리트 계층 간의 뿌리깊은 갈등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뚜렷한 중재자도 없는 상황이어서 단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태국에서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으며 과거 수십년 동안 군부 쿠데타 등 고비 때마다 사회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푸미폰 국왕은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해 9월 고열과 피로 등의 증세를 보여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입원한 이래 지금까지 장기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