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를 위해 27일 첫 회의를 갖고 가동한 '국가재정책임 · 개혁위원회(NCFRR)'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번질 조짐인 가운데 미국도 심각한 재정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피력한 것이다.

미 정부는 올해 1조4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10년간 누적적자는 8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정적자 타개책으로 향후 3년간 정부의 재량지출을 동결하고 올해 200억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는 낭비 요소를 찾아냈다고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위원회가 내놓을 권고안이나 재검토안을 제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모든 안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적자 해소 의지를 밝혔다. "재정적자를 통제하는 정책이 인기가 없을지라도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1990년대 균형예산 덕분에 재정흑자를 냈지만 이후 정치권이 힘든 결정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재정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관건은 누가,어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모든 안'은 세금 인상과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비 지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날 재정적자의 주요인으로 막대한 의료보험과 사회보장비 지출을 거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료보험과 사회보장비 등 사회안전망을 위한 재정 지원은 삭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새로운 세금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중산층 이하에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이는 오바마 자신이었다.

국가재정책임 · 개혁위원회는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의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기구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가 끝난 뒤인 12월1일까지 재정적자 타개 권고안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재정적자를 잡지 못하면 미국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과도한 재정적자를 방치할 경우 미국 정부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적자 통제에 실패하면 더 많은 해외 차입에 의존하게 되고,미국의 미래 수입을 해외 채권국에 저당잡혀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 상원은 이날 금융감독개혁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 위한 표결을 했으나 다시 부결됐다. 찬성 57표,반대 41표,기권 2표로 전날 결과와 같았다. 공화당이 처음으로 내놓은 독자안을 민주당이 받을지 주목된다.

공화당 안은 △500억달러의 부실 금융사 정리기금을 신설하지 않고 정리 기구를 두며 △FRB 밖에 소비자금융보호국을 신설하고 △정부 관리하에 있는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업무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또 상원 상설조사위원회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골드만삭스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가졌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은폐하거나 투자자들을 오도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이날 주당 1.01달러(0.66%) 올랐다. 블랭크페인 CEO에게서 "금융감독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지를 이끌어낸 것 정도가 의회의 소득이다. SEC는 골드만삭스를 파생상품 판매 사기혐의로 제소한 상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