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사기'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제소된 데 이어 이번엔 신용평가사(신평사)들이 '뜨거운 방석' 위에 앉게 됐다. CNN머니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금융위기의 책임을 묻는 미 의회 청문회에 줄줄이 서야 한다. 23일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상설 조사소위원회 청문회에 이어 다음 달 5~6일엔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칼 레빈 조사소위 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신평사가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은행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신평사들이 은행들 구미에 맞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고위험 증권에 잘못된 저위험 등급을 매겼고,문제가 불거지자 한꺼번에 등급을 하향 조정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조사소위는 SEC가 골드만삭스를 제소하는 계기가 된 2007년 발행 부채담보증권(CDO) '애버커스'도 신평사들의 무책임한 등급산정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CDO에 쓰인 기초자산 중에는 위험성 높은 주택모기지담보증권(RMBS)가 포함돼 있었는데도 S&P와 무디스는 각각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그런데 2007년 말까지 이 CDO에 포함된 RMBS의 약 90%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그 결과 이 CDO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10억달러의 손해를 봤고, CDO를 매도한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는 10억달러를 벌었다.

금융위기 전 신평사 내부에서도 CDO 등 파생상품의 후한 신용등급 남발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소위가 청문회에 앞서 공개한 S&P 직원 이메일 가운데에는 "신평사들이 CDO시장이란 괴물을 만들고 있다. 우리 모두 빨리 돈 벌고 이 카드로 만든 집이 무너지기 전에 은퇴할 수 있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다. 또 다른 직원의 메신저엔 "우리는 모든 딜을 평가한다. 아마 소(cow)가 금융상품구조를 짜와도 등급을 매길 것"이란 자조적인 문구도 들어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뉴욕 맨해튼 쿠퍼 유니언대학을 방문해 한 연설에서 금융감독 개혁 입법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를 향해 "우리와 싸우는 대신 우리와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금융개혁 없이는 우리 가족들과 기업,전 세계 경제가 미래의 위기에 대해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은행들의 뒤뜰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한 월가의 무책임을 꾸짖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장에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를 비롯해 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월가 대표은행들의 경영진들도 참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