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유럽 비즈니스 스케줄도 꼬이고 있다. 항공편 결항으로 출국 일정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화산 폭발 전 유럽으로 출국했던 기업인들도 현지 스케줄을 재정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일부는 항공편 대신 육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일정 조율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 7일 전용기 편으로 유럽으로 출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이달 말까지 스위스,이탈리아 등을 돌며 현지 IOC 위원들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공항이 폐쇄된 곳이 많아 이동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세계철강협회(WSA) 집행위원회 회의 참석을 위해 15일 출국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발이 묶였다. 정 회장은 현지에서 글로벌 철강업체 대표들과 원료 업체의 가격 인상 등 현안을 논의한 뒤 돌아오는 귀국편을 알아보는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항이 폐쇄되지 않은 국가를 우회해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부터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건설기계 전시회인 바우마 박람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던 두산그룹 수뇌부도 유럽 일정을 대거 취소했다. 당초 두산은 박용현 그룹 회장,박용만 ㈜두산 회장,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으로 박람회 참관단을 꾸릴 계획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항공 사정과 현지 대회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유럽 스케줄을 취소했다"며 "현지에 있는 실무 임직원들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S그룹의 사정도 비슷하다. 19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계류 전시회인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구자홍 그룹 회장,이광우 ㈜LS 사장 등은 참가를 포기했으며 미리 독일에 나가있던 구자균 LS산전 부회장만 기차 등을 이용해 전시회에 참석키로 했다. 미국에 나가 있던 손종호 LS전선 사장은 독일로 이동할 교통편을 아직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회 실무자들은 인도,두바이 등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한 뒤 기차를 이용해 하노버로 들어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 표가 동이 나는 바람에 제때 전시일정에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언이다.

송형석/장창민/김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