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위대 강제해산 재시도설 부인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벌인 태국 시위대(UDD, 일명 레드셔츠)가 20일 거리시위를 재개할 예정이어서 보안당국과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UDD는 지난 10일 군경과 시위대의 충돌로 24명이 숨진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후 태국 신년 축제인 쏭끄란 연휴가 시작되자 길거리 시위를 일시 중단하고 방콕 쇼핑 중심가인 라차프라송 거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UDD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가 의회를 즉각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20일 대규모 길거리 시위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어느 지역에서 길거리 시위를 벌일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거리시위 목표 지점을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방콕은행 본점이 있는 실롬 거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콕은행은 UDD측이 지난 2006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프렘 틴술라논다 추밀원(왕실 자문기관) 원장이 은행 회장 명예고문으로 재임하고 있는 곳이다.

UDD의 실질적 지도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2006년 발생한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UDD의 또 다른 지도자인 자투폰 프롬판은 "시위대 지도부가 5월15일까지 경찰에 자수키로 한 것은 (정부의 시위대 지도부 검거 시도 등)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위대는 5월15일 이전에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 보안당국은 지난 16일 시위대 지도부 일부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방콕 시내의 SC 파크호텔을 급습해 지도부 검거 작전을 펼쳤으나 실패했으며, UDD는 정부 측의 검거 작전 하루 뒤인 17일 시위대 지도부 24명 전원이 5월15일 경찰에 자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선 캐우캄넛 군 대변인은 "반정부 시위로 경제계가 이미 큰 타격을 받은 만큼 시위대가 실롬 거리로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롬 거리로 향하는 지점에 검문소 등을 설치해 시위대의 진출을 막을 계획이며 필요시 공권력도 동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태국 정부는 안보 담당 총 책임자가 민간인인 수텝 타웅수반 부총리에서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으로 교체되면서 제기되는 `시위대 강제 해산 재시도설'을 부인했다.

파니탄 와타나야곤 정부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시위대 강제 해산 재시도설을 보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라는 명령이 아누퐁 참모총장에게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니탄 대변인은 또 "시위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정부 측이 구사할 수 있는 작전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시위대에 섞여 있는 테러범들을 색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유혈사태 직후 사회 혼란을 조장하려는 테러범들이 시위대에 섞여 있으며 테러범들은 시위대 지도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UDD는 지난달 14일부터 방콕 시내에서 즉각적인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달 3일부터는 대형 쇼핑센터들이 밀집해 있는 라차프라송 거리를 무단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