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 특수성 잘 모른 듯"
승무원들, 마지막 순간 추락 불가피 직감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 등 97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사고기 승무원들은 마지막 순간 비행기가 곧 추락할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15일 사고조사위원회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조종사의 실수가 사고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조종사가 악천후 속에서 여러 차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의 특수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 비행기는 수평 비행 시 하강 속도가 초당 6m 이하일 경우 고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서 "이것은 고도가 보통 때보다 급격히 낮아졌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카친스키 대통령이나 다른 고위 관계자가 착륙을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종사와 관제탑 간의 언어 소통의 문제가 상황을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인테르팍스에 "승무원들 간 대화에서 고위 관계자가 착륙을 강제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 수거된 2개의 블랙박스는 현재 폴란드와 러시아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해독하고 있으며, 폴란드 측이 자체 제작해 장착한 제3의 블랙박스는 현재 폴란드 측이 별도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안드르제이 세레메트 폴란드 검찰총장은 이날 폴란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비행기가 나무와 부딪친 뒤 흔들거리자 승무원들은 사고를 피할 수 없게 됐음을 감지했었다"고 전했다.

폴란드 군검찰관 즈비그뉴 르체파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블랙박스 녹음의 마지막 몇 초간이 '극적'이었다면서 조종사들은 추락이 임박했다는 것을 직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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