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로 영부인 시원 확인..13일 폴란드로 운구
관제소와 기장 간 의사 소통 논란


10일 발생한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고 희생자 중 4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13일 러시아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타티아나 골리코바 러시아 보건사회개발부 장관은 "사고현장에서 모스크바로 보내진 87구의 시신 가운데 45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 폴란드에서 도착한 희생자 가족들로 하여금 유류품과 신체 특징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방법을 통해 신원을 확인토록 하고 있으며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한 경우 DNA 테스트와 치아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항공 당국에 따르면 사고기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보다 꼬리 부분에 있던 희생자 시신이 더 심하게 훼손됐다.

러시아 당국은 현장에서 아직 찾지 못한 9구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100여 명의 전문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신원 확인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신원 확인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전날 신원이 확인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마리아 여사 등 일부 시신은 이날부터 폴란드로 운구할 계획이다.

마리아 여사의 신원은 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카친스키 대통령은 비행기 앞부분의 대통령 전용석에, 마리야 여사는 카틴 숲 학살사건 유족들과 담소를 나누려고 꼬리 부분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2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러시아 주요 정치인들은 주러 폴란드 대사관을 찾아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영정 앞에 헌화·묵념하고 러시아 땅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그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카친스키 대통령의 장례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이는 가운데 사고기 기장과 지상 관제사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사고 여객기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러시아 관제사의 말을 빌려 폴란드 조종사의 러시아어가 서툴러 사고기의 고도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조종사인 토마즈 피에트르자크는 폴란드 TVN24 방송과 인터뷰에서 "사고기 기장은 러시아말을 아주 잘해 (교신에)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국제 항공 공용어인 영어가 아닌 러시아로 대화를 나눈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직 수사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3개의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를 해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정부 대표단은 10일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를 타고 지난 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 2천 명을 처형한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를 찾았다가 비행기가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추락, 탑승자 96명 전원이 사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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