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탑승객 증후군'도 원인으로 제기

10일 폴란드 대통령 내외 등 고위급 인사들을 태우고 가다 추락한 러시아제 Tu-154 여객기 사고와 관련, 러시아 관제사와 폴란드 조종사 간 언어 문제와 고위 인사로부터의 착륙 압력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사고 여객기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러시아 관제사 파벨 플루스닌은 폴란드 조종사의 러시아어가 서툴러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한 뉴스포털에 "숫자를 알아듣기 힘들어 사고 여객기의 고도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레쉑 밀레르 전 폴란드 총리는 가디언에 '카틴 숲' 학살 7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통령이 짙은 안개에도 불구하고 조종사에게 착륙하도록 압력을 가해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밀레르 전 총리는 "대통령은 그곳에 몹시 가고 싶어했으며 조종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 빅토르 티모쉬킨은 텔레그라프에 이를 'VIP 탑승객 증후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제사들은 항공기 항로를 바꾸도록 제안했고 기장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착륙 명령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8월 카친스키 대통령은 그루지야 방문길에 조종사가 안전을 이유로 착륙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하자 "격분"했으며 이 조종사를 해임하려 했으나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만류했다.

이 조종사는 후에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메달을 받기도 했다.

밀레르 전 총리는 또한 폴란드는 사망한 수십명의 고위 관리들을 대신할 인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고 조사관들은 26년된 항공기의 기체 결함 가능성은 배제하고 인간의 실수가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드르제이 세레메트 폴란드 검찰총장은 관제사들을 조사한 결과 "착륙할 조건이 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하고 사고 항공기는 착륙하지 말라는 관제사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착륙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세레메트 총장은 착륙을 강행하도록 대통령 일행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비행기록들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하고 "지금으로는 관련된 정보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폴란드인들은 전군 참모총장, 국가안보 책임자, 국영은행 총재, 정부 고위 자문, 의원 등이 같은 비행기를 탄 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브로니슬라브 코모로브스키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로 구성될 국가안전국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군 고위 장성들의 여행 규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신 95구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14구만이 사고 직후 신원이 확인됐고 다른 희생자들은 시신이 심하게 손상돼 DNA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시신 9구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ej@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