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찰랑거리는 금발머리에 ’비현실적으로’ 날씬한 몸매, 하이힐을 즐겨신는 ‘바비’에게 적합한 직업은 뭘까. 설문조사 결과 뜻밖에도(?) ‘컴퓨터 엔지니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진상을 이렇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패션인형 ‘바비’를 제작하는 미국의 마텔사는 지난 1월 자사의 홈페이지 바비닷컴(barbie.com)에 “바비의 직업으로 무엇이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마텔사는 △건축가 △앵커우먼 △컴퓨터엔지니어 △환경운동가 △외과의사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4주 동안의 투표기간동안 60만명이 참여했다.

처음엔 회사측의 예상대로 앵커우먼이 압도적인 표차로 선두를 달렸다.여학생들의 자연스런 선택이었다.그런데 갑자가 1주일쯤 지나자 컴퓨터 엔지니어 선택이 급증하더니 앵커우먼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투표가 진행중이라는 것을 알게된 여성 컴퓨터엔지니어들이 바비도 자신들의 직업을 갖게 하자며 인터넷상에서 트위터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다.결국 마텔사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최고 인기를 얻었다.그리고 소녀들한테는 앵커우먼이 제일 인기였다”라는 투표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마텔사엔 여성 컴퓨터엔지니어들로부터 ‘쿨하고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달라‘‘실험실 가운을 입히지 말아 달라’‘멍청하고 따분해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등등의 갖가지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그래서 탄생한 것이 블랙 레깅스에 ‘바비’스펠링을 0과 1의 이진코드로 프린트한 탑을 입고 안경 블루투스 헤드셋 신발등 각종 분홍색 악세사리를 착용한 묶은머리의 바비인형이다.마텔사는 컴퓨터엔지니어 바비인형의 프로토타입(원형)을 지난 2월 뉴욕에서 열린 국제장난감박람회에서 선보였다.

WSJ은 여성 컴퓨터엔지니어들이 바비인형을 자신들의 ‘동료’로 만들기 위해 지극한 관심을 쏟은 것을 보면 비록 여성운동가들로부터는 미움을 받고 있지만 상징적인 바비인형의 파워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또한 컴퓨터학위를 받는 여성의 비중이 1985년 37%에서 2008년 18% 수준으로 떨어진 현실적 원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1959년 틴에이저를 겨냥해 탄생한 바비 인형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소녀들의 ‘로망’이 돼 왔다.지금도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형으로 연간 인형및 관련상품의 매출이 13억달러를 넘는다.바비인형 시리즈중에는 ‘나도 될수 있다(I Can Be...)’라는 라인이 있다.이 시리즈는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 ‘바비’를 내놓은 것으로 바비의 첫번째 직업은 패션모델이었다.이후 시대상등을 반영해 여성우주사 대통령후보 124개의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바비가 탄생했다.

마텔사는 올가을에 컴퓨터엔지니어 바비를 출시할 예정이다.앵커우먼 바비와 함께.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