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거센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이 막대한 차이나달러를 앞세워 '무력시위'에 본격 나선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대규모 구매단을 이끌고 오는 20일부터 러시아와 유럽을 순방한다. 한편으로 중국은 지난 1월까지 3개월째 미국 국채를 매각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공세를 펴는 미국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다. 유럽에선 독일이 수출주도형 경제라는 같은 이유로 프랑스 등으로부터 맹공격을 받고 있다.
◆유럽과 남미 공략하는 '큰손'중국

중국은 지난해 초 프랑스를 제외한 영국 독일 스페인 등에 구매단을 보내 150억달러어치 상품을 사들였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쩔쩔매던 이들 나라엔 '대박'이 터진 것이고,중국과 갈등으로 구매단이 외면한 프랑스는 '쪽박'을 찼다. 중국은 구매단이 귀국하자마자 다시 투자단을 똑같은 나라에 파견,결국 프랑스를 굴복시켰다. 프랑스는 이후 "티베트의 독립을 바라지 않는다"고 공식 성명을 내야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중국이 작년 초 "투자가치가 있을 때만 미국 국채를 사겠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며 차이나달러로 역공을 펴자 한때 바짝 엎드렸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지만 위안화나 인권 문제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당시 서방 언론들은 "차이나달러에 미국이 얼어붙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20일부터 이어지는 시 부주석의 러시아 벨라루스 핀란드 스웨덴 방문에서 차이나달러를 얼마나 풀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년 러시아에 250억달러를 저리로 빌려주고 20년간 하루 3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기로 한 것을 비롯,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에 '원유 차관'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깜짝쇼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4월 중남미에도 대규모 사절단을 보낼 예정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브라질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정상회의 참석과 맞추는 전략이다.

◆유럽서는 獨 · 佛 '수출모델' 공방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은 수출 주도 경제 모델을 수정하라는 압력이나 다름없다. 세계 2위 수출국인 독일도 수출 주도 정책에 대한 같은 비판에 직면했다.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지난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최근 10년간 임금 상승을 억제하며 수출경쟁력을 유지해왔다"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유럽연합(EU) 전체에도 득이 되지 않는 모델"이라고 비난했다. 독일의 경제 정책이 근로자들의 실질구매력을 저하시켜 내수 부진과 수입 감소로 이어졌고,이는 EU 다른 회원국의 수출 시장 감소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라이너 브뤼덜레 독일 경제장관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능력 이상으로 호의호식하며 경쟁력 향상 노력을 게을리해온 나라들이 (정반대의) 다른 나라를 손가락질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는 17일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처머니(Chermany · 중국과 독일)'가 연합해 세계경제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독일이 수출을 계속하면서 상대국에 부채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