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유럽의회에서 헤르만 판 롬파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막말을 퍼부었던 영국 출신 유럽의회 의원이 벌금을 물게 됐다.

예지 부제크 유럽의회 의장은 2일 막말 사건의 주인공인 나이절 파라지 영국독립당(UKIP) 의원을 만나 판 롬파위 상임의장과 동료 의원,벨기에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파라지 의원이 이를 거부해 의정활동비 열흘치인 2980유로(약 47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밝혔다.부제크 의장은 “파라지 의원이 EU에 대해 발언할 권리는 인정하지만 유럽의회에 찾아온 판 롬푸위 상임의장을 모욕한 것은 유럽의회를 모독한 것과 같다”며 벌금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파라지 의원은 지난 24일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판 롬파위 상임의장에게 “저급한 은행원 외모에 음습한 누더기 같은 카리스마를 가졌을 뿐”이며 “별로 국가답지 않은 국가 벨기에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파라지 의원은 이날 부제크 의장과의 면담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누구에게 사과해야 할지 잠깐 생각해보니 전세계의 은행원들에게 잘못을 한 것 같다”며 “(롬파위와 비교당해) 모욕감을 느낀 은행원들이 있다면 심심한 사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트위터에 “의장에 의해 유죄가 결정됐고 최대 벌금은 2980유로”라면서 “브뤼셀에서 발언의 자유는 값비싸다”는 비아냥조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UKIP는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보수 정당으로 상원의원 2명,하원의원 1명을 가진 영국 의회내 소수 정당이다.하지만 지난해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워 보수당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의석(13석)을 차지에 눈길을 끌었다.영국 언론들은 파라지의 발언이 오는 5월 하원 의원 선거를 노린 정치적인 노림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