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칠레 해안지대를 강타한 규모 8.8의 지진은 소위 '메가트러스트(megathrust)' 지진으로,2004년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지진 및 쓰나미와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메가트러스트'란 하나의 지각판(tectonic plate)이 다른 지각판 아래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지진으로 가장 강력한 성격의 지진으로 여겨진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폴 카루소는 이번 칠레 지진은 50기가톤의 에너지를 발생시켰으며,약 250마일(402.33㎞)의 단층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진은 2004년 인도네시아와 인근 인도양 연안 국가들을 강타했던 지진 및 쓰나미와 성격이 유사하다. 해저에서 강진이 발생해 쓰나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이 9.1 규모로 이번보다 좀 더 크긴 했지만 피해 규모에선 현격한 차이가 난다.

2004년 당시엔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인근 주변국 해안을 덮치면서 인도네시아인 16만8000명을 비롯해 인도양 국가에서 무려 22만명이 사망했다. 반면 현재까지 칠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3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진 후 쓰나미로 인한 피해자는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칠레 당국은 칠레 해안에서 700㎞ 떨어진 태평양 해상의 로빈슨크루소 섬에 쓰나미가 덮쳐 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직후 칠레 해안 도시 탈카우아노에도 2.34m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프랑스령 네시아의 마키저스 제도에도 2m 높이의 파도가 6차례 밀려와 해안지대에 피해를 입혔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와 비교해 피해가 훨씬 적었던 이유는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 경보가 발령돼 하와이와 태평안 인근 섬들에서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2004년 인도양 연안국가들에선 닥쳐오는 쓰나미를 예상하고 경보를 내릴 만한 측정기술이 전무했었다는 지적이다. 또 인도네시아 지진 땐 진앙지 주변에 섬들이 밀집돼 있어 그만큼 피해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