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기간 냉각기.복원과정 필요

각종 이슈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기해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강행했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도 면담했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와의 회동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 명의로 19일 새벽 성명을 내고 "중국은 미국에 강한 불만과 함께 결연한 반대의 뜻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의 항의 의사를 무시하고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을 의도적으로 강행했다"며 미국의 고의성을 부각시키면서 미국은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실질적이고 유효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 발언은 미국의 향후 대응 추이에 따라 중국의 미국에 대한 추가 대응 수위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하는 경고적 의미가 담겨 있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검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중국신문사 등 언론들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각국에 거주하는 화교 사회도 잇따라 성명과 입장 발표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실수를 저질러 중미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유효한 조치를 취해 추가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 언론들은 또 이번 회동으로 양국 관계가 상당기간 냉각될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소개했다.

데이비드 램튼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양국 관계가 향후 1~2년간 어려운 시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더글러스 팔 연구위원도 "양국 간 민감한 문제로 갈등이 빚어졌던 과거와 마찬가지로 양국 협력관계가 일정기간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 면담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양국 관계가 각종 민감한 이슈로 대립국면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키로 하자 미국과의 군사교류 중단을 공식 선언했으며 구글 사태 이후 인터넷 자유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경제 분야에서 환율 문제 외에도 중국산 강관과 미국산 닭고기 등을 둘러싸고 무역마찰을 마다치 않고 있다.

세계 1위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던 중국은 지난해 11~12월 두달 연속으로 보유 규모를 줄임으로써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에 실력행사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국 간에는 이란의 위성 로켓 발사 후 이란에 대한 제재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문제가 갈등을 극대화하고는 있지만 이 때문에 양국 관계가 파국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을 사적 만남으로 규정하고 백악관 맵룸에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으며 회담에 대한 설명 방식도 대변인 명의의 성명으로 대체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중국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 최근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강행했을 때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무기 판매 결정 직후 외교부, 국방부, 대만사무판공실,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등 각종 관련 기관이 반대와 규탄 성명을 쏟아내면서 군사 교류 중단을 전격 선언했으나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 면담 이후에는 현재까지 외교부만 이전과 비슷한 톤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긴 하겠지만 파국으로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더글러스 팔 연구위원은 "이 문제 이후 양국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관계 복원 과정에 들어설 것"이라면서 "4월 미국에서의 핵안보 정상회의와 5월의 미.중 전략경제대화, 6월 토론토에서 열리는 제4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관계 복원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램튼 존스 홉킨스대 교수도 "양국관계는 충분히 성숙돼 있고 양국 지도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해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에 대해 낙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