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고 믿고 있다. "(2009년 1월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환율 문제가 미국에 막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 "(2010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열되기 시작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 분쟁이 폭발 직전이다. 앞으로 5년간 수출을 두 배 늘리기로 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환율 정책을 향해 훅펀치를 날렸다.

중국은 외교부 수준에서 "합리적인 환율"이라고 줄곧 대응했으나 카운터 펀치를 날릴 태세다. 양국 간 환율 전쟁으로 치달을 휘발성이 가장 높은 시점은 오는 4월이다.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국제무역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공식적인 딱지를 붙일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달러,기축통화서 '불안한 화폐'로

약 2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위다. 글로벌 제조공장 역할을 하면서 생산하는 저가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다. 고민은 이 달러를 어떻게 운용할지 여부다. 중국은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을 달러표시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 국채 보유량은 7554억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의 하락을 우려한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의 일부 장기 국채를 판 자금을 단기 국채를 사는 데 재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해 7월 "외환보유액을 해외 투자와 인수를 촉진하는 데 사용토록 해야 한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천위안 중국개발은행 공동 회장은 "천연자원과 에너지 자원 매입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왕샤오루 중국국가경제연구소 소장은 "달러 자산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물이 새는 보트에 우리 몸을 묶어 두는 짓"이라며 외환보유액 운용의 다변화를 촉구했다.

◆커지는 위안화 기축통화 야심

그러나 중국의 장기적인 야심은 따로 있다.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육성하는 것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국적이 없는 '슈퍼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기축통화인 '달러체제 흔들기'다.

중국은 이미 홍콩 마카오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무역 거래와 결제에 위안화 사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러시아와는 점차 달러 결제를 배제하자고 합의했다. 멜리샤 머피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행보를 위안화 기축통화 전 단계로 "달러를 건너뛰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홍콩 아르헨티나 벨로루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 6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도 맺었다. 해외 유동성까지 공급하는 대부자로서 위안화의 국제화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오바마 "리밸런싱하자" 압박

미국이 빼내 든 창이자 방패는 세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이 전략은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해 채택됐다. 수출 주도국들이 수출을 줄이고 내수를 확대해야 세계 경제가 균형발전한다는 것이다. 주요 표적은 미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중국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008년 2680억달러로 전체 무역적자 8161억달러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미국은 중국의 달러박스를 줄이는 한편 미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무역질서를 재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에 반덤핑 공세와 전방위적인 시장 개방 압력,지식재산권 보호 요구를 동시다발로 내놓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막대한 무역 불균형의 중심에는 바로 위안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제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올라가고,그들의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중국을 공격했다. 위안화를 달러 가치 변동에 묶어 놓고 인위적으로 저평가를 용인하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수출정책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환율싸움에 IMF와 WTO도 동원

오바마의 지원군은 미국 제조업체들과 노조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20~40% 저평가시켜 미국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공정통화협회는 미국 의회가 환율 조작을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규정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미국 기업들은 상무부에 환율 저평가분만큼 보복관세를 부과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미국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서도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의회 일각에서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는 방안을 입법화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화폐전쟁' 저자인 쑹훙빙 중국 환구재경연구원 원장은 "위안화가 1% 절상되면 중국의 수출이 0.7% 감소하고,10% 절상될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리버 블랭샤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가 20% 절상되면 미국 경제가 1%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