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으로 도시 곳곳이 붕괴된 아이티에서 열흘 넘게 매몰돼 있던 사람들이 생명을 건지는 기적같은 일이 잇따라 일어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붕괴된 호텔 잔재에서 위즈몬드 익산투스(24)씨는 매몰된지 11일 만에 아무런 상해 없이 구조됐다고 25일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익산투스씨는 지난 13일 아이티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 '나폴리 인'이라는 호텔 1층에 있는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엄청난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는 재빨리 근처에 있는 책상 아래로 뛰어 들어가 몸을 숨겼다.

무너진 호텔에 갇힌 그는 어둠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손에 닿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다행히 식료품점에서 매몰돼 선반 위에 놓여져 있던 콜라와 맥주, 쿠키 등을 집어 먹을 수 있었다.

그는 "지진이 일어나고나서 어둠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날이 지나도 이게 낮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며 "누군가 특히 신이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랬다"고 말했다.

그러기를 11일째. 다행히 익산투스씨의 형이 호텔 잔재에서 그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그리스 구조대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스 구조대는 붕괴된 건물 더미에 좁은 터널을 만들어 그가 밖으로 기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앞서 이스라엘 구조대는 전날 22세의 한 남성을 구조했으며 84세의 한 할머니는 이웃 주민과 친척들의 끈질긴 구조작업으로 10일만에 구조됐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콜로라도 출신의 영화제작자 댄 울리(39)씨가 아이티의 아동빈곤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들렀다가 강진을 만났으나, '아이폰'의 '응급처치 애플리케이션(first-aid app)'의 도움을 얻어 65시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한편 엘리자베스 비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변인은 현재까지 전 세계 43개국 구조팀이 아이티에서 132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아이티에서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사망자는 15만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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