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방식 개선해야"…의료지원은 절대 부족
단순 부상자 치료는 사실상 속수무책

지난 12일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아이티에 전세계의 구호 물품이 몰려들고 있으나 체계적인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구호품을 받는 주민들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석유 등 일부 구호품목은 남아돌고 의류 등의 품목은 모자라 구호품 종류와 지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기자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수십 개 노점상에서 빵과 식용유, 스파게티면 상자, 과자, 콜라, 양배추, 오렌지, 바나나, 사탕수수 등이 팔리고 있었다.

UN군이 나눠주는 빵을 받은 일부 주민이 곧바로 돈을 받고 되팔려는 장면도 목격됐다.

현지인들이 소규모로 파는 물품 가운데 빵과 기름, 스파게티면 등은 대부분 세계 각국에서 보낸 구호품으로 추정된다.

포르토프랭스에 체류 중인 한국 2차 구호대 관계자는 "시내 거리에서 팔리는 기름은 미군이 나눠준 구호품으로 알고 있다.

일부 주민들에게 과잉 지급된 물품이 시중에 나돈다"고 말했다.

5년 이상 아이티에서 살았다는 한국인 A 목사도 "미군이나 UN군을 통해 군용 식량과 우유, 식용류 등이 현지인에게 대거 전달됐는데 상당수는 현금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나 기구마다 구호품 지급 방식이 달라 이런 문제가 생긴다.

구호품이 주민에게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지급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력층 주민이나 신체가 건장한 남자들이 구호품을 중복으로 타낸 탓에 나타난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구호품 종류와 지급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UN군과 미군, 세계 각국의 비정부기구(NGO)도 구호품 배급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해법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GO 단체들은 구호품 지급의 부작용이 두드러지면 자칫 외국의 구호 열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의료 지원도 중환자들에게만 편중돼 수술 이후 퇴원 환자에 대한 관리는 매우 부실한 편이다.

아이티는 병원마다 환자들로 가득 차면서 병동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생명이 위독하거나 크게 다친 일부 환자만 입원치료를 받을 뿐 나머지 환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수술받은 환자라 해도 완치 전에 병동을 내주고 퇴원할 수밖에 없다.

2차 감염이 우려되는데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A 목사는 "겉으로 보기에 큰 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작 의료 손길이 필요한 사람 등에게 진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세계 각국의 의료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포르토프랭스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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