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심야에 가정집으로 출동한 밴쿠버 경찰이 이웃집의 엉뚱한 사람을 남편으로 오인해 마구 구타, 물의를 빚은 뒤 진상을 축소하려다 들통 나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23일 밴쿠버 선 지에 따르면 지난 21일 새벽 2시 20분 쯤 중국계 야오 웨이 우(44) 씨 집에 사복 차림의 밴쿠버 경찰 2명이 들이닥쳐 다짜고짜로 우씨를 현관 문 밖으로 끌어내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두 경관은 우씨에게 신원확인도 하지 않고 출동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얼굴을 마구 때리고 바닥에 넘어진 우씨에게 완력을 행사해 우씨는 얼굴 곳곳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상처를 입었다.

특히 왼쪽 눈은 멍이들고 심하게 부어올라 흉한 모습으로 감겨버렸다.

경찰은 당초 옆집의 부인으로부터 남편의 폭력으로 자신과 아이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했으나, 이들이 현관 문을 두드린 곳은 2가구가 붙어 있는 타운하우스의 우씨 집이었다.

잘못을 알게된 경찰은 그날 낮 사과성명을 발표했으나 "우씨가 저항을 하면서 현관문을 닫고 들어가려 했다"고 폭행의 원인을 우씨에게 돌리며 그가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씨의 부인에 따르면 경찰은 우씨의 이름을 묻거나, 자신에게 신고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우씨를 밖으로 끌고 나간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 발표와 달리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우씨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급기야 짐 추 밴쿠버 경찰청장이 그날 저녁 직접 우씨 집을 방문, 사과했고 22일 아침 다시 성명을 발표해 "첫 성명은 성급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추 청장은 밴쿠버 최초의 중국계 경찰 수장이다.

우씨는 경찰의 사과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람을 그렇게 때린 사람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경찰이 나중에 보복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jaey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