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민주당의 최고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사진)과 검찰이 사활을 건 운명의 대결을 시작했다.

자신의 정치자금을 둘러싼 의혹으로 현역 의원 등 측근 3명이 검찰에 구속된 데 대해 오자와 간사장은 지난 16일 간사장직 사퇴 가능성을 공식 부인하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검찰과) 전면적으로 싸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사퇴 대신 고시이시 아즈마 참의원 의원회장에게 간사장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일시 위임하기로 했다.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을 관리해온 '금고지기'를 전격 구속한 검찰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전면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오자와 간사장 측이 2004년 출처 불명의 4억엔으로 택지를 구입한 것을 놓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짙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그러나 오자와 간사장은 4억엔은 자신이 그동안 모아온 돈으로 장부 기록을 잘못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검찰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낮 도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단순한 회계상 실수에 대해 검찰이 처음부터 체포,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나는 부정한 돈을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오자와 간사장을 믿는다. (검찰과) 싸워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오자와 간사장과 검찰 간 오랜 악연도 화제다. 오자와 간사장의 자민당 시절 정치적 스승이었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와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는 각각 록히드 사건과 사가와규빈 사건 등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돼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올 초에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오자와가 니시마쓰건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의 비서를 구속 기소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적 스승들이 검찰에 의해 정치적으로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오자와 간사장이 이번 싸움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자와 간사장 주변에선 "검찰 수사는 가스미가세키(관청가 지명으로 관료집단을 지칭)가 민주당 정권에 던진 도전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이 '관료 개혁'을 주도해온 데 대한 보복 수사라는 것이다.

이번 대결에서 오자와 간사장이 패배한다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장날 처지다. 만약 오자와 간사장이 이긴다면 검찰 권력은 큰 상처를 입고,개혁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쓰비시UFJ증권의 후지토 노리히로 투자정보부장은 "(이번 사태로) 18일 열리는 정기의회에서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일본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