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수 10만 이상 우려
국제사회 구호활동 착수


아이티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진으로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면서 사망자 집계가 혼선을 빚고 있으며 일부 외신은 사망자 수가 수 십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구호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군 병력과 구호팀을 급파, 구조 및 시신발굴 작업에 돌입했다.

외교통상부는 유일하게 연락이 두절됐던 현지 교민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진 발생 당시 아이티에 체류 중이던 한인 70여명이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사망자 3만~10만 될듯..정확한 파악 어려워
유엔 주재 아이티 총영사 펠릭스 어거스틴은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초토화됐다(flattend)"면서 10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적십자에 따르면 아이티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300만명의 시민이 이번 지진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통신, 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이 지진으로 크게 파괴되면서 아이티 정부 내에서도 사망자 수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3만에서 10만명 사이라는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으나,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막스 벨레리브 아이티 총리는 사망자가 수 십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가 곧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정정했으며, 유리 라토르튀 아이티 상원의원은 사망자가 50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 "전쟁보다 참혹"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전쟁보다 참혹한 수준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CNN 방송은 현지 특파원 리포트에서 "거리에 한 개의 건물도 온전히 남아있지 않다"며 "상황이 매우 끔찍하다"다고 전했다.

포르토프랭스에는 시신을 안치할 곳이 없어 거리 곳곳에 그냥 쌓아두고 있으며 무너진 학교 옆에는 어린이들의 시신도 참혹하게 나뒹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이티에 체류하는 한 미국인은 NBC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곳의 상황은 전쟁터보다 참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병원도 붕괴..구호활동 차질
지진으로 병원 역시 큰 피해를 입은데다 의료진과 장비가 부족해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아이티 현지에서 운영하는 세 곳의 병원 중 한 곳도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현재 임시로 마련한 가건물에서 급한대로 외상환자들을 치료하며 제대로된 의료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다.

MSF 관계자는 "사지가 뭉개지고 두부 손상을 입은 심각한 외상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적십자 아이티 사무소 관계자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의료장비도 부족하고 심지어 시신을 담을 공간도 없다"고 말했다.

◇ 국제사회 아이티 긴급지원..군병력.구조팀 급파
각국은 구조장비와 탐지견, 응급 구호인력을 아이티로 급파했으며 국제기구들도 긴급 지원금을 책정하며 비상식량을 공수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아이티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힘을 모으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군 수송기와 헬리콥터, 해군 전함과 함께 2천명의 해병대 병력를 파견했다.

프랑스는 구조 전문가 65명과 6마리의 탐지견 등 구조팀을 아이티로 급파했고, 스페인도 담요와 조리기구, 텐트 등 구호품과 구조대를 현지에 보냈다.

캐나다는 군 수색부대를 파견했으며, 이스라엘은 조만간 육군 구조대와 공병대, 군 의료인력을 급파할 계획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비상식량 100t을 인근 엘살바도르에서 공수 중이며 세계은행은 1억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엔은 이와 별도로 긴급 구호기금으로 1천만 달러를 풀겠다고 발표했으며 유럽연합(EU)은 440만달러의 지원금을 책정하는 한편 '국경없는 의사회'(MSF) 등과 간이 치료소와 응급의료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이티 한인 모두 무사..교민 철수시작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유일하게 연락이 두절됐던 교민 서광석(51)씨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강진 발생 당시 아이티에 체류 중이던 한인 70여명이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아이티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단계를 2단계인 여행자제에서 3단계인 여행제한으로 상향 조정하고 "현지 긴급지원팀을 통해 모든 한국인들에게 잠정적으로 다른 국가로 철수할 것을 권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도미니카 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이티에서 발전소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한국인 일행 17명이 13일(현지시간) 도미니카 산토도밍로로 철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서울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김용래.유현민 기자 rjk@yna.co.kryonglae@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