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항공교통 마비. 휴교사태..군병력도 동원

북반구에서 수 주째 지속되고 있는 폭설과 한파로 곳곳에서 교통이 마비되고 동물이 떼로 동사(凍死)하는가 하면 발전소에 석탄이 공급되지 않아 군 병력까지 수송작업에 투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프랑스 도로교통 당국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3~5㎝가량의 눈이 쌓임에 따라 파리와 주변 8개 지역 도로에 13일 정오(한국시간 오후8시)까지 화물트럭 운행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4천여 대 이상의 화물트럭이 고속도로를 운행하지 못하고 휴게소 등에 주차한 채 발이 묶였다.

강풍에 따른 항공편 대량 취소도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항공당국은 샤를 드골과 오를리 등 주요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기상 여건에 따라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취소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랑스 민간항공총국(DGAC)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샤를 드골 공항에 항공편 운행을 최소 30% 취소할 것을 요청했으며, 상황에 따라 50%까지 취소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도시에서는 항공 및 기상 부문의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파업이 진행돼 혼란이 가중됐다.

폭설이 내린 12일 기상청인 메테오 프랑스는 직원 60여 명의 파업으로 일기 예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노조 측이 밝혔다.

이날 기온이 크게 떨어져 도로 곳곳이 얼어붙은 독일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고, 일부 도로는 폐쇄되기도 했으며 전국적으로 심한 차량 정체를 보였다.

독일자동차클럽(ADAC)은 "도로가 순식간에 빙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운전자들에게 경고했다.

최근 30년 간 가장 혹독한 겨울을 겪는 영국에서는 전날 밤부터 잉글랜드 남부지방과 웨일스 지방에 눈이 내리면서 차량이 도로에 그대로 멈춰 섰고, 일부 지역에서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치 눈보라가 심해 교통편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날 오전 현재 런던 개트윅 공항, 버밍엄 공항, 사우스햄턴 공항, 카디프 공항이 눈 때문에 폐쇄됐거나 운항 취소가 잇따랐고, 히스로 공항의 항공편도 84편이 결항됐다.

또 이번 주부터 시작된 영국 중등 학력 평가시험(GCSE)과 대입시험(A레벨)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도로사정이 악화되면서 시험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잉글랜드 남부와 웨일스 등의 상당수 학교들은 이날 하루 휴교했다.

제네바 국제공항과 바젤 유로에어포트 등 스위스 주요 공항들도 이날 폭설로 폐쇄됐다.

제네바 공항의 경우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공항 직원들의 파업이 열흘 만에 종료됐지만, 바젤 공항은 파업이 진행 중이어서 혼란이 가중됐다.

각국에서 밀려드는 제설용 소금 주문에 맞추고자 소금공장을 24시간 돌리고 있는 스위스는 국내 수요가 폭증하는 데다 운송상의 위험을 무릅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네덜란드와 독일의 주문을 거절했다.

폭설 대신 폭우로 홍수가 난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서는 하마 한 마리가 동물원 우리를 탈출, 스카다르 호수 인근의 한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기온이 10일 내리 화씨 46도(섭씨 7.78도)를 밑도는 기록을 세운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는 수족관 물고기 수 백만 마리가 지난 2주 간 동사하고 바다거북 등 야생동물도 얼어 죽거나 보호센터로 옮겨졌다고 유에스에이(USA)투데이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서부 탬파에서는 빅벤드 발전소 바로 옆에 있는 운하가 야생동물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발전소 덕분에 수온이 유지되는 이곳에서는 바다소 등 크고 작은 바다생물 수 백여 마리가 추위를 피해 몰려들었다.

중국 정부는 폭설과 한파로 석탄 공급에 차질이 생겨 발전소조차 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군 병력을 긴급 투입, 석탄 수송에 나서는 한편 중국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산시(陝西)성의 폐쇄된 탄광에까지 생산을 재개하도록 지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인도에서도 한파의 영향으로 우타르 프라데시주를 비롯한 북부 지방의 기온이 뚝 크게 떨어져 노인과 빈곤층을 중심으로 최소 326명이 동사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파리.베를린.런던.제네바.서울연합뉴스) 이명조 김경석 이성한 맹찬형 특파원.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