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엔 연금.실직 등엔 탈퇴수당 지급해야

일제에 징용된 한국 민간인 4천727명의 후생연금 기록이 확인돼 이들에 대한 보상이 한일 외교현안으로 부상했다.

강제징용된 한국인의 후생연금보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 '노동자연금보험'으로 시작됐다.

국적 구별없이 일본의 탄광이나 군수공장 등에서 종사하던 근로자들이 급료에서 공제하는 형태로 가입했던 보험이다.

일정기간 보험금을 납부하면 퇴직 후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중도에 일을 그만둘 경우 탈퇴수당을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한국인 징용자들은 이런 보험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른채 강제 노역에 종사하다 종전후 서둘러 귀국했다.

보험금 청구를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금탈퇴 수당도 받지 못한채 고국으로 귀환한 것이다.

한국인 징용자의 연금 가입 사실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징용돼 히로시마(廣島) 지역 군수공장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일하다 1945년 8월 피폭(원자탄 폭격 피해)돼 한국으로 귀국했던 이근목씨(86)와 김민경씨(86)가 피폭자 인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근목.김민경씨는 "강제 징용돼 히로시마 공장에서 명령에 따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월급은 2개월치밖에 받지 못했으며 연금이 공제되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사회보험청은 65년여가 지난 지금 보험가입 기록이 확인된 한국인에게 현행 후생연금보험법상 당시 화폐가치만으로 보험 탈퇴수당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며 최근 광주의 양금덕 할머니(78) 등에게 일본 껌값도 안되는 99엔을 지급해 당사자들이 수령을 거부하고 한국 국민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 설치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보상금을 받기 위해 연금기록 확인을 요청한 피해 당사자와 가족은 16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 정부는 우선 4만명의 연금기록 확인을 일본에 요청했고, 이중 4천727명의 기록이 확인됐다.

2차 세계대전중 일본에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모두 70만명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에 가입하고도 이를 입증할 관련 기록이 없거나 이미 사망한 피해자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연금기록 관리부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외국인 후생연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없었기 때문에 장기간 관련 기록이 방치돼 왔다.

2008년 후생노동성 대신(장관) 직속의 연금기록문제특별팀 실장을 맡았던 노무라 슈야(野村修也) 일본 주오대(中央大) 법과대학원 교수는 "연금기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수작업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외국인 연금기록 문제는 가볍게 끝낼 문제가 아니며 확실히 전모를 조사해 정부 책임하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