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의 첫 10년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빅 제로(Big Zero)'의 시기였다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가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9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고문을 통해 지난 10년간 어떤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가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일들은 어떠한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우선 지난 10년은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제로 고용'의 시기였다.

1999년 12월에 비해 올해 12월 고용자 수가 약간 늘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정말로 '약간'에 불과하다.

특히 민간 부문의 고용은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하락했다.

지난 10년은 평균적인 미국 가정에 '제로 이익'의 기간이었다.

심지어 2007년 '부시 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평균 가구 수입은 1999년보다 낮았다.

미국의 주택 소유자에게도 '제로 이익'의 10년이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현재 주택가격은 밀레니엄 시작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 가격이 버블 한가운데 있다는 경고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주택을 구입한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았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있어서 지난 10년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고서도 '제로 주식'의 시기였다.

다우 지수가 처음으로 10,000을 넘어섰을 때 엄청난 흥분 속에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했으나 현재의 주가는 1999년 수준으로 하락해 지난주 주식시장은 10,520에 마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따라서 경제적 성장이나 성공 측면에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밀레니엄이 시작됐을 때 미국의 업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적 승리주의가 팽배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1999년에는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만 해도 미국의 투명한 기업회계가 투자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경영진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이끌어 안정적이고 원활히 가동되는 재무 시스템을 정착시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제로'로 판명됐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인들이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심지어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도 은행가들과 투자자들은 주택 버블을 조장하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민주당은 이러한 관행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기 힘든 상황이며 공화당은 자신들의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들이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 방안으로 다시 감세와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