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 관계를 과시해왔던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FT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가장 친미적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대통령이지만 둘 간의 관계는 냉랭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르코지는 그간 오바마를 단 한번 만나고도 `친구(my friend)'라고 말하는 등 공공연하게 친밀감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몇가지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과 삐꺽거린 이후 그가 드골주의(비동맹 외교정책을 펼친 드골 대통령의 정치 사상)자였던 자크 시라크 전(前) 대통령처럼 반미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도 퍼지고 있다.

양국 정상 간 불협화음에 대한 추측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 차 파리를 방문했으나 바쁜 일정을 이유로 엘리제궁의 환영행사도 사양한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파 요청을 거부했다.

프랑스 언론도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부족을 지적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노골적 발언을 종종 보도하고 있다.

사회당의 국제관계 대변인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친 부시'에서 `안티 오바마'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 간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것 또한 이들의 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르코지가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더 신중하다(reserved)는 것이 관료들의 평가다.

하지만 프랑스 측 전문가들은 사르코지의 태도 변화가 전임자인 시라크 대통령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시라크가 미국과 거리를 두었던 것이 미국의 힘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히려 워싱턴의 우유부단함에 실망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사르코지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을 언급하며 "우리는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

미래가 있기 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우리는 핵 위기에 처해 있다"며 아프간 파병이 아닌 핵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파리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재단의 프랑수아 에이스부르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습관적인 반미 자세를 가질 수는 입지만 근본적인 반미 자세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이 시라크 대통령처럼 미국을 비판한다 해도 180도 다른 각도에서 그같은 입장을 취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