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까지 자율훈련 보장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19.일본 주쿄대)가 2009 전일본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티켓을 따내자 일본 피겨계는 물론 경제계까지 반색하며 들썩이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필살기'로 내세운 트리플 악셀에 발목이 잡힌 아사다는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하면서 자칫 올림픽 출전권을 놓칠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아사다는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전일본피겨선수권대회에서 무려 204.62점으로 우승,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안도 미키(22)와 일본스케이트연맹의 추천을 받은 스즈키 아키코(24)와 함께 내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경제효과 100억엔 이상" 들썩
아사다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자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은 광고계다.

일본 광고대행사 덴츠의 관계자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사다가 밴쿠버에 가지 못했다면 아사다의 스폰서 업체들이 새파랗게 질렸을 것"이라며 "일본 국민도 그 사실을 용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사다는 7개 업체의 광고에 출연하고 있고, 출연료는 업체당 5천만엔(약 6억4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순간 광고 이탈이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아사다가 출전권을 쥐면서 후원업체의 주가도 상승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일본 메이지대학 정치경제학부의 다카기 마사루 교수는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츠닛폰과 인터뷰에서 "아사다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 50억~100억엔(약 640억~1천230억원)의 경제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카기 교수는 "아사다의 연기를 보려고 캐나다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 여행업계의 호황이 확실시된다"라며 "TV광고 시장과 올림픽 관련 상품의 매출이 늘어날 전망인데 금메달까지 따내면 경제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스케이트연맹 "자율 훈련 보장"
일본스케이트연맹은 아사다가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율적인 훈련을 보장했다.

일본연맹은 애초 아사다의 성적이 부진하자 아사다의 개인훈련에 의문을 제기했고, 한때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와 결별설도 흘러나왔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아사다가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고, 일본연맹은 아사다 측에 훈련 일정의 전권을 넘겼다.

이에 따라 아사다는 일본을 훈련 근거지로 삼아 내년 1월 전주 4대륙 대회에 출전하고 나서 올림픽 피겨 경기 일정에 맞춰 천천히 밴쿠버에 합류할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아사다가 내년 초부터 아이스쇼나 이벤트 출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200점대 점수는 '논란거리'
아사다는 올해 전일본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35.50점을 얻으면서 비공인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회전수에 의문부호가 달려왔던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은 무려 1.40점의 가산점을 얻었고,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더블 토루프가 다운그레이드됐지만 심판들은 0.80점의 가산점을 줬다.

트리플 플립-더블 루프-더블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2~3번째 점프가 모두 1회전밖에 안됐지만 감점을 준 심판은 두 명에 불과했다.

기술점수(TES)의 가산점보다 놀라운 것은 아사다의 예술점수(PCS)였다.

김연아가 지난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을 때 PCS는 66.40점이었는데 이번에 아사다는 무려 67.60점을 따냈다.

김연아가 PCS 요소별로 7.50~9점대 점수를 받았지만 아사다는 8.25~9점의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를 통해 아사다는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세 번째 200점 돌파(2006년 211.76점, 2007년 205.33점)에 성공하며 이번 시즌 위축됐던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아사다가 국제 대회에서 200점을 넘긴 것은 지난 4월 국가대항전 성격의 ISU 팀트로피에서 201.87점을 얻은 게 유일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아사다의 '200점대 경기'는 모두 일본 국내에서 치러졌다.

자국 대회에서 후한 점수를 주는 관행이 자칫 선수의 실제 실력을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