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백만장자 아들 하나 때문에 떨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미국 여객기 테러 기도로 미국 전역에 다시 테러 공포가 번져가고 있다.


승객 278명과 승무원 11명을 태운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의 에어버스 330 여객기가 지난 25일 정오쯤(현지시각) 디트로이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기내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폭탄테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용의자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로, 케이엘엠(KLM) 항공편으로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떠나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뒤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로 갈아타 테러를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무탈라브는 예멘에서 알카에다로부터 폭발물 사용 시기와 기폭 방법 등에 대해 한 달가량 훈련을 받고, 폭발물을 입수해 이날 테러를 계획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러나 기내에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일자 승무원과 승객이 용의자를 제압해 테러는 실패로 돌아갔다.



♦백만장자 아버지 둔 테러범?


테러범 압둘무탈라브는 나이지리아 상류층이자 백만장자의 아들로, 영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유수의 재원이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과 나이지리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압둘무탈라브의 아버지 알하지 우마루 무탈라브(70)는 나이지리아 장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현지 주요 은행인 퍼스트뱅크 회장을 역임하고 은퇴한 부유한 은행가이며, 어머니 가계는 예멘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유한 집안 배경을 바탕으로 서아프리카의 최고 명문학교 중 하나인 아프리카 서부 토고의 '브리티시 스쿨 오브 로메'에 진학했다. 고교 시절 동급생들에게 이슬람교를 열성적으로 전도해 이슬람 학자를 뜻하는 별명인 '알파(Alfa)'로 불리기도 했다.


아버지 무탈라브는 그에게 런던에 고급주택을 마련해주면 영국 유학 생활을 도왔지만 압둘무탈라브는 가족의 뜻을 저버리고 UAE 두바이의 경영학 과정을 중퇴한 후 가족과의 연락을 끊었다.



♦미국·영국, 비자·테러대응시스템 곳곳에 '구멍'


6주전인 지난 11월 중순 무탈라브는 아들의 극단주의 사상에 우려를 나타내며 테러 가능성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 소재 미국 대사관에 신고 했지만 묵살당했다.


특히 압둘무탈라브는 최근 2년간 테러조직 연계 의심인물로 분류돼 있었음에도 그의 고학력과 부유층 배경때문인지 보안검색의 허술함 탓인지 몰라도 미국 행 비행기 탑승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을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영국 비자 발급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압둘무탈라브는 지난 2005년 영국 대학 입학 학생 비자와 런던 주재 미 대사관에서 미국 비자 발급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에서 유학중인 수만명의 외국학생들이 비자 연장 불허에도 단속을 피해 불법적인 체류를 계속하고 있다"며 "영국 대학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옥토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이유미 인턴기자 dirona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